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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Jun 10. 2022

쫄지마 이 스키야

QM6 LPE 2년 4만km 주행후기

쫄지마 이 스키야
JTBC 토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중
구씨의 롤스로이스앞에서 염창희의 선생님 친구가 본인의 국산 중형차를 위로한다.

 국산 중형차가 어디냐 ! 라고 외치며 내 주제에 걸맞은 자동차를 소개하고자 한다.

르노 삼성의 QM6! 그것도 LPE 중간 등급 옵션이 들어간 2.0 SUV다. 


  이 차를 고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원래 타던 05년식 산타페가 노후 경유차에 분류가 되면서 조기폐차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노후경유차로 분류가 되고 유예기간이 약 3년 정도 걸렸는데 그 동안 정말 새 차를 갈망하고 어떤 걸로 살 지 고민을 했다. 내 인생에 두 번은 없을 지도 모르는 첫 새 차였고 정말 오래타고 싶은 차를 갖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정한 금액에서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었다. 


  상한 가격은 세금 포함 2500만원이었다. 그 중 고르고 고른 후보 자동차는 신형 아반떼, 신형 K3, 투싼 등 준중형급 자동차였다. 르노 삼성 매장에 갈 때도 XM3라는 신형 준중형 SUV를 직접 보러 갔다. 딜러의 안내를 받아 직접 시승을 해봤는데 A필러가 내 얼굴에 너무 가까울 정도로 차가 좁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겸사겸사 QM6에 앉아봤는데 내가 당시 타고 있던 산타페와 사이즈가 비슷했다. 내부 디자인은 내가 좋아하는 단촐한 스타일이었다. 뭐가 치렁치렁 많이 달려서 호들갑 떠는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구나 가장 좋았던 면은 할인..! 재고 할인에 조기 폐차에 뭐 이것저것 받으니 취등록세 포함 2600이면 2.0 중형 SUV를 구매할 수 있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자동차였기에 고민을 했다. 


  QM6를 타고 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본인은 탈 만하다고 하더라. 그리고 최초 LPG SUV라는데 마지막 내연기관 차인데 가스차로 싸게싸게 사는 게 좋을 듯 싶었다. 그래서 이 차를 구매하고 지금 2년 동안 4만 킬로미터 정도를 주행하고 있다.


  1. 디자인

  QM6는 디자인 변화가 크게 없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판매하고 있다. 번호판 앞자리가 2자리인 자동차들도 많이 돌아다닌다. 신형과 구분할 면이 크게 없다. 꾸준하다. 예쁘긴 예쁜데 아 그냥 QM6다. 그래서 좋다. 나는 오래 탈거니까. 실제 크기보다 꽤 커보인다. 앞 쪽과 뒤 쪽 옆 엉덩이부분이 꽤 뭉툭하다. 뭔가 푸짐해보인다. 그런데 눈매는 날카로운 느낌이 든다. 세차하고 나면 새 차가 된 것 같다. 뒤태가 예쁘다. 나도 앞면 보다는 뒤가 괜찮다. 그래서 좀 닮은 것 같다. 


  2. 가성비

  내가 차를 구매했을 시기는 개소세 70% 감면 정책이 끝나 갈 무렵이었다. 그리고 뭐 이런저런 혜택넣고 지인찬스까지 쓰다보니 거의 300만원을 할인받았다. 이월 생산 재고 차량이라 출고에 일주일 정도 걸렸다. 바로 차를 받아 신차 검수를 마치고 탈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스차다. 유류비가 경유를 탈 때보다 20%정도는 적게 나간다. 애초에 출력은 기대하지 않았기에 천천히 다닌다. 그래서 연비가 더 잘나오나보다. 


  3. 나랑 잘 어울린다.

  주변에서 많이 얘기한다. 나랑 잘 어울린다고. 반골 기질이 강한 나는 홍대병이 심하다. 그래서 남들 다 타는 현대 기아는 별로 끌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희귀한 외제차를 탈 수는 없는 형편이었기에 최대한 홍대부심을 부릴 수 있는 르노 삼성이나 쉐보레 쪽을 많이 찾아봤다. 남들 다 타는 경유, 휘발유보다는 LPG가 끌렸던 것도 저렴한 유지비 포함해서 뭔가 좀 달라보였다. 그 당시에 LPG가 일반인도 구매할 수 있는 초창기여서 더 끌렸다. 여자친구도 좋아했다. 딱 나랑 잘 어울린다고 해주더라. 어머니도 그러셨고. 


  4. 뭐 없다.

  이 차를 타고 여자친구와 첫 여행으로 거제도를 갔다. 대전에서 거제도까지 장거리 운전을 하는데도 그냥 무난히 갔다. SUV의 높은 시야감이 좋았다. LPG의 정숙성이 느껴졌다. 조용하다. 잘 나가지도 않기에 2~3차로에서 정속으로 주행하기에 적당하다. 무난 그 자체. 아, 소리가 꽤 괜찮더라. 차 자체가 조용한 느낌이 들기에 그런걸까. 별도의 오디오 옵션을 추가하지 않았는데도 기본 사운드가 좋더라. 막귀라서 그런지 잔잔한 노래틀어놓고 분위기 잡기 좋다. '나의 해방일지 OST'를 틀어놓고 천천히 퇴근길에 집에 오면 괜시리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나도 운전할 때가 차분하더라.


  염창희의 롤스로이스, 나의 드림카는.. BMW M3다. 한번 몰아보고 싶다. 방방방하며 강력한 힘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 한번 후려보고 싶다. 업힐 다운힐 카운터 등등 온갖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차를 돌려대는 유튜버들의 손맛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때가 있다. 언젠가 꿈으로 남겨둔 자동차지만 그렇게 크게 바라지는 않는다. 지금 이 QM6가 별다른 고장없이 내 생활에 함께 해주기만을 바란다. 지방에 살면 정말 차가 필요하다. 코로나 시국을 겪고 난 후에 더욱 잘 느낀다. 대중교통을 안타고 회식이 줄어들고 내 애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좋았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조용조용히 그 시국을 견뎌냈다. 


  생전 처음 봤던 롤스로이스는 저게 세단이야 SUV야 구분이 안갔다. 옆 문짝이 엄청 높았다. 그냥 압도된다. 같은 길을 나란히 달리는 데도 롤스로이스는 뭔가 떠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배기음을 들어보려 창문을 내렸다. 솨악 바람을 유유히 가르는 소리가 이건가 싶었다. 솨악 솨악.. 이 드라마에서 롤스로이스를 끼워 넣은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가진 공산품이 몇이나 될까. 서민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압도적인 롤스로이스가 등장하고 그 간격을 가감없이 보여주니 박탈감 조차 가지기 힘든 느낌을 받았다.  


  '나의 해방일지'를 보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드라마는 '도깨비'였다. 김신역의 공유 분이 '철컥'하고 문을 열자 바로 캐나다의 절경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남자인 나도 반할 정도의 느낌을 구씨의 롤스로이스를 보고 받았다. 참 멋있다. 잘 어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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