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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Aug 05. 2022

[풋살] 패스 플레이

기본기와 눈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골장면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내가 항상 여기 서있을게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


신성일 노래 '서시' 가사 중


  아, 전에 썼던 글에 예고했던 다른 팀과의 친선 경기는 취소가 되었다. 상대편이 인원이 부족해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취소했다. 맥이 빠졌다. 출사표에 몸을 불살라 죽을 각오를 써놨는데 허사가 되어버린 기분이 찝찝했다. 


  그래도 운동은 진행해야 했기에 우리 팀끼리 자체 전을 했다. 


  생활 축구에서 패스 패턴을 연구하고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건 개인의 능력 부족과 연습 환경의 여건상 어렵다. 그래도 매주 보다 보면 서로의 패턴이 눈에 익는다. 공만 잡으면 앞만 보고 공을 툭 차 놓고 달리는 사람, 슛만 때리는 사람, 개인기만 하는 사람 등등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축구 하이라이트에 나온 장면이 머릿속에 전부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선수 출신을 제외하고는 가장 수준 높은 축구를 하는 사람은 패스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짧은 패스. 가볍게 툭툭 내주며 경쾌하게 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타고난 탄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같은 팀이면 쉽고 편하게 축구하고 다른 팀이면 정말 짜증이 난다. 


  나도 공만 잡으면 공격 일변도였다. 이런 유형은 막기가 쉽다. 앞만 막으면 된다. 앞을 내주더라도 슈팅 각만 좁히면 된다. 심지어는 공을 뺏지 않고 구석으로만 몰아도 제 풀에 지치거나 실수를 하고 라인 아웃을 시켜 공격권을 허비한다. 같은 팀 입장에서는 정말 속이 터진다. 그래서 이 패턴을 바꾸려 연습했다. 고개를 들고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공을 잡기 전 내 동료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을 잡을 때 내 몸에 힘을 최대한 빼고 유연하게 행동하려 했다. 정말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내 동료의 위치를 파악하니 공을 내주기가 훨씬 쉬워졌다. 우리 팀에 패스가 돌다 보니 상대방은 쫓아다니느라 지친다. 슛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으로 미뤄놓으니 골 결정력도 올라간다. 


  그렇게 우리 팀 선수들의 성향과 패턴이 보이니 패스를 어디에 줘야 할지 도 보인다. 우리 편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할 지도 보인다. 내가 손흥민이 아닌 이상 드리블을 두세 번 치지 않아도 된다. 원터치 패스, 투터치 패스, 그렇게 패스를 하다 보면 상대방도 내 패턴을 눈치챈다. 내가 공을 잡으면 내가 패스를 할 공간을 본다. 그때 드리블을 하면 된다. 아 이런 재미, 굳이 골을 넣지 않아도 축구나 풋살을 즐길 수 있는 순간적인 묘미다.


  어제는 이런 식으로 패턴 플레이를 연습했다. 자체 전을 하기 위해 나눈 팀마다 선수 출신 회원이 있다. 그들이 코치가 되어 기본기를 상기하는 말을 계속해준다. 고개 들고, 받고 돌아, 리턴 패스, 옆에 도와줘, 등등등 돈을 받지 않고도 이렇게 수고를 해주는 선수 출신 회원들에게 고맙다.


  어제는 비록 매치는 하지 못했지만 축구 지능이 증가한 날이었다.


  런던을 연고로 하는 유서 깊은 축구팀인 아스날에서 가장 오랫동안 감독을 역임한 아르센 벵거 전 감독은 위와 같은 아주 좁은 공간을 패스로 풀어나가는 축구를 지향했다. 그 패스의 흐름이 너무도 아름답고 절묘하다. 1과 2 선수가 패스를 하는 사이에 3과 4의 선수가 공간을 선점한다. 그때 공을 받는 선수는 5, 그리고 그 결정적인 위치에 있는 5에게 수비가 몰린 사이 3과 4 선수의 공간에 툭 내주고 바로 골.


  뜬금없지만 신성일 아저씨가 부른 '서시'의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났다.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내가 골을 넣지 않아도 패스를 받은 동료가 풀어내 줄 수 있고 동료를 믿고 나는 다른 공간을 파고들고 서로의 성향을 미리 파악해 공간에 툭 내준 사이 골이 나오는 아름다운 기억들.. 이렇게 골이 들어가면 자체 전이어도 얼싸안고 세리머니를 한다. 기분이 정말 좋다.


  이런 축구, 생활 축구판에서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제는 흉내는 내보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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