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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Aug 19. 2022

[풋살]8월 18일 운동 후기

동료를 이용하자


어제 운동하면서 측정한 심박수

  어제는 풋살을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했다. 스마트워치 배터리가 없어서 자동운동 기록만 켜놓고 측정을 하다 보니 심박수만 기록이 되었다. 보통 무산소 운동~최대 심박수 운동 구간을 전체 운동 구간의 60% 이상을 기록하는 걸 목표로 운동을 한다. 최대 심박수 구간의 비율을 높이려면 공격 후에 수비로 복귀할 때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 이걸 의식하고 공격권이 상대에게 넘어가면 우리 팀에게 불평할 틈도 없이 후다닥 뛰어 내려온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하면 심박수가 금방 치솟는 것 같다.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른 사람 응원하고 팀 파이팅을 외치면 정말 숨이 찬다. 운동을 잘해서 심박수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기웃기웃 대다가 심박수와 운동효과를 높이는 것 같다.


  어제 내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내가 혼자 드리블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공을 받기 전에 주변을 돌아보니 공을 받고 나서 훨씬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앞만 보지 않고 주변을 살피면서 패스를 뿌리려고 노력했다. 한 경기에 어이없는 볼을 포함하여 슈팅을 4~5개 정도 날려 먹는다. 그런데 어제는 슈팅을 최대한 아꼈는데도 대부분 슛이 골이 되거나 유효슈팅이 되었다. 최대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가까운 패스에 집중했고 공간보다는 발 밑에 주려고 했다. 또 기성용 병이 돋아서 어설픈 롱패스로 공격권을 허무하게 날려버릴까봐서 최대한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패스를 했다. 같은 편 친구들을 믿었다.공격에 힘을 뺴고 수비에 집중했다.


  외부팀과 경기를 할 때에는 정말 가볍게 인사이드로 밀어 넣으려고 툭하고 발만 대었는데 무회전 궤적을 그리면서 처음 본 상대편 골키퍼의 손목을 강타했다. 정말 미안했다. 이상하더라. 힘을 빼려고 하니 더 잘되고 잘 맞는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앞만 보지 않고 옆을 자주 보니 항상 앞만 보는 나를 알고 본인에게는 공이 오지 않을 거라 실망하고 있는 팀원이 보였다. 그래서 그 팀원에게 툭 내주니 아주 펄펄 날아다니더라. 경기가 훨씬 재밌어졌다.


  그렇게 두 경기 정도를 치르고 휴식시간에 우리 팀에 선수 출신인 코치님이 나에게 조언을 했다. 내가 공격을 할 때 쇄도를 하는 타이밍에 루틴이 있다고 한다. 먼저 "헤이!"를 크게 외치고 제자리에서 도움닫기를 한 번 한 후에 오두방정을 떨면서 뛰어들어간다고 했다. 이 습관을 미리 눈치챈 코치님은 나를 상대할 때 내 목소리가 들리면 가볍게 몇 발자국을 뒤로 물린다고 한다. 그러면 수비수인 코치님이 공격수인 내 주변에 있어 롱패스가 넘어오지도 않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 들은 지적이었다. 나는 그냥 내가 주력이 느려서 못 받나 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쉐브첸코 gif 화질이 안 좋아서 베컴의 크로스와 호나우두의 움직임으로 갈음합니다.

  윙포워드나 공격수 자리에서는 항상 수비수 근처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순간 두 세 발걸음을 먼저 출발하면 아마추어 축구에서는 수비수가 공격수를 절대 잡지 못한다. 나는 그 두 세 발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잘못 습관을 들였다. 코치님은 먼저 수비수와 간격을 둔 뒤에 공을 가진 우리 팀 선수에게 콜을 외치라고 했다. 그리고 공간으로 때려 넣으면 기회가 온다고 했다. 다음 경기에서 계속 의식을 하고 해 봤다. 하는 족족 공이 길게 넘어왔다. 물론 그 공을 받으러 가는 건 나 밖에 없었다. 뒤에 수비수가 쫓아오면 그 공간에 우리 팀 동료에게 툭 내주면 됐다. 혹시나 공이 내가 생각한 곳보다 길게 넘어와도 수비수보다 내가 훨씬 빨리 뛰기 시작했고 공에 가까워져 가니 공을 끝까지 바라보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리고 원터치로 가볍게 툭.


  2000년대 초반 유럽 축구에서는 세계 4대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레이 쉐브첸코, 브라질의 호나우두, 네덜란드의 루드 반 니스텔루이,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


  그중에서 나는 안드레이 쉐브첸코를 제일 좋아했다. 뭔가 이름부터 유럽 축구의 근본성이 뚜렷했다. AC밀란 시절에는 '무결점 스트라이커'라는 별명으로 멋진 골을 많이 만들어냈다. 특히 민첩한 움직임이 정말 멋있었다. 미리 움직이는 공격수로서의 본능을 원초적으로 잘 보여줬다. 그런 움직임의 기초를 어제는 배울 수 있었다. 풋살장을 벗어나 더 넓은 축구장에서 활용하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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