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체 운동은 두 번 해야 한다 - 우리 동네 헬스장 부관장님 -
내가 다니는 헬스장의 부관장님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일주일에 하체는 두 번 이상 하라고.
그 말씀을 말씀대로 실행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월요일에 했던 운동으로 근육통이 생겼다. 지연성 근육통은 보통 운동을 하고 난 48시간 이후부터 발생한다. 이를 따라오는 부수적 증상은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무기력하다. 어떤 의욕도 잘 생기지 않는다. 몸에서는 열이 올라온다. 깊은숨을 몰아쉬며 열기를 내뿜는다. 그렇게 이틀 정도를 보내고 나면 이 전보다 훨씬 좋아진 몸상태를 느낀다.
수요일에는 운동 스승님과 함께 운동을 했다. 월요일에 했던 하체 운동과 대동소이했다. 다만 목요일에 풋살을 하러 나가는데도 월요일과 화요일에 근력 운동을 하면서 하체와 관절에 쉴 틈을 주지 않아도 되는지 걱정됐다. 운동 스승님께서는 근육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적을 것이라 말했다. 일단은 시도해보기로 했다. 내가 직접 느끼는 것이 중요하니까.
운동 스승님과 함께 운동을 하면 템포가 빨라진다. 보통 나 혼자 운동을 할 때는 한 세트를 마치고 나서 올라간 bpm을 100으로 낮출 때까지 휴식을 한다. 시간상으로는 보통 1분에서 1분 30초 내외가 걸린다. 그런데 운동 스승님과 같은 운동을 할 때는 세트가 끝나자마자 바로 번갈아가며 운동을 한다. 내 세트가 끝나고 운동 스승님의 차례에서는 횟수를 말로 세며 헐레벌떡 뭉친 근육을 늘려준다. 물을 한 모금 삼키면서 횟수를 외치다 보면 어느덧 내 차례가 다가옴을 느낀다. 살금살금 준비를 하며 운동 스승님의 세트가 끝나자마자 투입을 한다.
그렇게 하체에 혈액을 쉴 틈 없이 공급한다. 운동 스승님도 내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걸 알기에 과한 가동범위는 요구하지 않는다. 자세가 무너질 것 같으면 바로 보조를 해 준다. 그래서 안전하게 내 몸에 과부하를 줄 수 있다. 운동 스승님의 보조를 받으며 운동을 하고 나서 몸이 엄청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체 운동을 할 때는 목에 핏대가 제일 선다. 목에서 제일 먼 부위 근육을 타깃으로 삼는데도 온 몸의 힘을 쥐어짠다. 스쾃 중량이 늘어나고서는 데드리프트도 중량이 늘었다. 현재는 스쾃을 약 130kg까지는 무리 없이 1회 이상 들 수 있다. 동시에 데드리프트도 150kg에서 170kg까지 들 수 있게 되었다. 하체 근육의 발달과 더불어 전신 근육이 함께 성장하는 걸 느낀다.
스쾃을 비롯한 하체 운동은 고중량 저반복과 저중량 고 반복의 효과가 극명하게 다르다. 축구와 헬스를 병행하는 내 입장에서는 저중량으로 고 반복을 하는 게 축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10개 정도를 할 수 있는 무게를 짊어지고 13~15개 정도를 하고 나면 심박수가 거의 190 bpm까지 오른다. 두 세트만 하더라도 온 몸에 땀이 난다. 웜업 세트를 제외하고 7~8세트를 본 운동으로 한다. 운동 스승님과 함께 스쾃를 할 때는 스미스 머신으로 한다. 바벨 스쾃를 할 때는 엉덩이와 내전근과 햄스트링을 주로 자극한다. 스미스 머신은 허벅지 앞 근육에 훨씬 많은 자극이 온다. 무릎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근육은 주로 허벅지 앞 근육이라 한다. 축구를 할 때 부상 방지를 위해 허벅지 앞 근육을 성장하기 위해 스미스 머신으로 스쾃를 해야 한다고 배웠다.
스미스 머신으로 하는 스쿼트라 일반 바벨 스쿼트보다 가벼울 것이라는 판단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내가 다니는 헬스장의 스미스 머신 바벨은 20kg 이상의 무게인 것 같다. 바벨보다 힘들다. 그리고 고중량을 하기가 쉽다. 바벨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운동만 하니 쭉쭉 원판을 꽂아댄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힘에 부쳐 딱 멈추는 순간에 수직으로 내려오는 부하가 오롯이 허리로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리프팅용 벨트를 꼭 차고 훈련을 한다.
운동 스승님과 함께 할 때는 '운동'보다는 '훈련'이 맞는 표현이다. 핸드폰도 애초에 가방에 넣어두고 훈련을 시작한다. 운동을 하는 동안 서로 대화도 별로 하지 않는다. 헬스장을 가득 채운 징그러운 남자들의 옅은 신음 소리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이런 땀에 절은 소음을 덮기 위한 걸그룹 아이돌의 청량한 최신곡 메들리. 이런 소리만이 들린다.
부상 방지라는 명목으로 '훈련'을 하지만 뭔가 나는 인간 병기로 개조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나 자신을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인 '제이슨 본'이라 생각할 때가 있다. 멧 데이먼이 연기한 '제이슨 본'은 일련의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본인이 CIA에서 아주 특수한 훈련을 받은 요원인 지 모른 채 여자 주인공에게
"난 한 번에 수 km를 쉬지 않고 뛰어도 숨이 차지 않고 며칠 동안 잠을 자도 피곤하지 않다."라며 본인의 정체를 모른 채 왜 이런 신체적 능력이 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나도 이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운동 스승님 덕에 요즘 자꾸 몸 상태가 쭉쭉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내가 힘들어하거나 있는 힘없는 힘을 쥐어짜며 겨우 들어 올리는 모습을 대견해하신다. 뚜렷한 목적은 부상 방지다. 그런데 그 목적을 초과한 운동량을 요즘 소화하고 있다. 부디 다치지만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