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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Oct 16. 2023

내가 누굴 가르쳐?

초등학교 영어 학원 선생님으로 살아남기

  먹고 살아야 해서 팔자에도 없는 사교육에 뛰어들었다.  영어 강사가 되어보기로 했다. 급여가 업무의 시간에 비해 좋았다. 이런 저런 일을 겸업한다면 그래도 나 혼자 먹고 살기에는 부족하지 않을듯 했다. 원장님과 면담 후 나는 영어 강사가 되었다. 영어 강사인 척 시작했다. 영미권 국가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고 영어는 그저 수험 영어만 가득할 뿐인 영어 강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저씨였다. 어쩌면 급여 외에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가득한 긴장속에서 아이들과 대면했다. 초등학생 2학년부터 6학년까지 30명 정도 되는 반이었다. 이 아이들도 나를 경계했다. 나는 첫 강의에서 아이들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광대가 아팠다. 아이들의 첫 인사가 2주가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 학원 다니면서 남자 선생님은 처음이에요."


  " 몇살이에요?"


  " 어디 살아요? "


  " 빨리 끝내 주세요."


  " 나는 남자 별로인데.."


  두 남자 아이의 삼촌으로 수년간 살아온 짬밥으로 남자 아이들은 어느 정도 대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여자 아이들이었다. 한참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공격성을 다채롭게 펼친다는 그들의 공격에 나는 속수 무책으로 당했다. 그리고 억지로 시간을 버티며 수업을 진행해 나가던 중 한 2학년 여자 아이가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고 잠깐 나가서 통화를 하고 온다고 했다. 나는 다녀오라며 허락했다. 스티로폼 벽을 가운데 두고 모든 통화 소리는 나의 귀에 들렸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머님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목소리

  " 선생님 새로 오셨다며, 어때?"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학생의 목소리는 나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 응~ 남잔데, 봐줄만 해,. 나쁘지 않아"


  아이들도 나의 얼굴이나 외모를 두고 평가를 하는구나. 정녕 초딩 2학년이 할 수 있는 말인가. 이런 말을 초딩에게 들은 내 자존감은 어디서 극복하나. 아니다. 이 대답은 긍정이다. 넌 나에게 빠져들었어. I got you. 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쨌든 이 아이들은 일주일정도 시간을 두고 이름이 익숙해질 수록 이 아이들도 나를 익숙하게 봐주기 시작했다. 집에서 있었던 별 얘기를 다 할 정도로. 서비스업의 최전선에서 나는 하루 수시간동안 이 고객님들께 원초적인 친절과 서비스로 응대한다. 이 아이들은 점점 나에게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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