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까만 오른발 Oct 16. 2023

언제 이렇게 컸지?

헤헤 웃으며 달려오는 네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내 단전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조카가 있다. 둘 있다. 연년생이다. 이제 곧 문장을 지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사랑스럽다. 너.무

  나는 부성애가 없는 미혼 남성이라 이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두 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말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엄마가 없는 두 아이들을 내 동생인 아이 아빠와 나의 부모님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나 자신, 삼촌이 사력을 다해 키우고 있다. 세상에 모든 축복을 가득 안고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우리 가족은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고 있다. 


  이 아이들이 걸음마를 떼고 한걸음 내딛으며 나에게 걸어오던 때도 생생하다. 이윽고 다리에 힘이 붙어 종아리에 손톱만한 알이 보이고 손바닥보다 작은 발걸음으로 이 땅을 디디며 뛰어 다니는 모습은 실로 경이롭다. 눈부신 성장에 따른 힘의 대가는 오롯이 내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나를 반가워하며 자기 몸통보다 큰 가방을 메고 브레이크없이 나에게 돌진하는 모습에 나는 숨을 참고 복압을 잡으며 근육에 힘을 주지 않고 온 몸으로 충격을 흡수한다. 아이들은 내 품에 안겨 한없이 웃는다. 나는 거친 숨을 다잡고 20kg에 육박하는 아이들을 한손으로 안아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어른의 무게를 체감한다. 나는 더이상 이렇게 대책없이 살면 안된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커 나가는 아이들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내야한다. 이 아이들을 내 자식으로 생각한 이상 나는 내 자식에 대한 미련은 1도 없이 생각을 깔끔하게 접었다. 이미 내 아이들은 이 아이들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부성애가 없기는 없나보다. 하루에 딱 두시간. 내가 이 아이들을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조카들 보기가 쉽지 않다. 커 나갈 수록 다른 강도가 점점 더해진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과 가깝게 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