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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Feb 14. 2022

오버트레이닝 2

햄스트링이 뙇 올라와서 그냥 쉴 수밖에 없었어요.

  오버트레이닝으로 인한 가장 최악의 증상은 부상이다. 특히 나는 족저근막염과 햄스트링 염증을 주로 앓는다. 오래 뛰거나 많이 뛰었을 때 이 증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평소 운동 후에 이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폼롤러로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택배 얼음팩으로 아이싱을 한다. 그리고 평소에도 스트레칭을 의식하고 하려다 보니 부상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 몸의 운동 총량을 넘어서서 발생하는 부상에 대해서는 달리 방도가 없나 보다. 햄스트링을 다쳤다. 지금은 운동을 약 4일간 하지 않아 무난하게 회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지 재발 가능성이 농후한 신체 부위기 때문에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해야 한다. 



  부상의 전조 증상은 일요일부터였다.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을 뛰었다. 원래 2시간만 하고 집에 오려했다. 그러나 내 차를 같이 타고 갔던 유부남 친구가 잠시 느낀 자유를 더 오래 느끼고 싶어 했다. 그래서 1시간 동안 약 2게임을 더 찼다. 내가 먼저 의구심이 들었다. 맞벌이를 하는 친구가 일요일 오전을 오롯이 밖에서 축구를 하다 들어가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느꼈던 불안함을 안고 뛰었던 탓일까. 경기가 모두 끝난 후에 지친 기력이 역력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나니 큰집에서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동생네가 조카를 봐달라고 해서 큰집에 두 아이들이 있으니 나더러 아이들이랑 좀 놀아달라는 부탁에 가까운 명령이었다. 육아는 피로 누적에 아주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업무인 것 같다. 네 살과 세 살 두 남자아이들은 각자 엄청난 활동량을 갖고 있다. 코로나 이슈와 추운 날씨 때문에 집안에 있으면서도 이 방 저 방 종횡무진하며 뛰어다녔다. 나는 가만히 누워 있어도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오후를 그렇게 아이들과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 힘이 들었다. 육아로 인한 피로는 운동과는 달랐다. 뭔가 아이들에게 기가 뺏긴 느낌이다. 무엇인가 빼앗기고 돌아온 상실감이 크다.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지만 내 몸에 쌓이는 피로는 잠 말고는 도무지 어떤 것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느낌이 든다. 








  월요일에는 벤치프레스를 고중량으로 하다가 햄스트링이 따끔하는 느낌이 들었다. 벤치프레스 무게가 80kg 정도가 넘어가면 온 몸의 힘을 끌어 쓴다. 발바을 바닥에 고정하고 종아리부터 허벅지와 엉덩이 허리를 타고 등까지 힘을 주고 버틴다. 내가 들 수 있는 최고 무게는 100kg다. 100kg에 도달하자 온 몸의 힘을 쥐어짜다 보니 햄스트링까지 무리가 갔나 보다. 살짝 쎄~한 느낌이 오른쪽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에 조금씩 자리 잡았다. 그래도 하체운동을 하는 날이 아니니 별 생각이 더 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화요일에 하체 운동을 했다. 운동 파트너가 없는 날에는 혼자서 프리웨이트를 한다. 스쾃는 최대 들 수 있는 무게를 100kg로 제한했다. 시한폭탄과도 같은 내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100kg에서 횟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그렇게 하체 운동을 마무리하려는데 월요일에 들었던 그 느낌이 조금 더 진하게 들었다. 그래서 수요일에는 운동을 아예 쉬었다.


  운동을 쉬고 나서 목요일에 드디어 기다리던 풋살을 하는 날이다. 중후반쯤 넘어가니 햄스트링에 오는 느낌이 진해졌다. 이윽고 수비를 하려고 몸의 중심을 낮추고 상대를 따라 뛰다 보니 아 이건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느낌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느끼기에 터치도 좋지 않았고 활동량도 적었다. 아쉬웠다. 그래서 골키퍼를 하면서 운동을 마무리하려 보니 이미 허리를 삐끗한 다른 회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필드에서 뛰었다. 마무리 운동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있었다.


  집에 와서는 샤워를 하고 오른쪽 둔부에 찬 물을 5분 정도 댔다. 급격히 온도가 내려갔던 탓일까. 아니면 무리하게 힘을 준 탓일까. 쉬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번 주는 푹 쉬어야지. 꼭 푹 쉬어야지. 그렇게 샤워를 마무리하고 닭가슴살 핫도그를 두 개 먹었다. 그리고 전에 병원에서 처방받은 진통소염제를 먹었다. 냉동고에서 얼음팩을 꺼내 수건을 감싸고 허벅지 아래에 두고 누워 밤을 보냈다. 


  다음날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걱정이 없었지만 운동과 더불어 휴식의 필요성을 운동만큼이나 중요하게 느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운동 총량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 운동 총량을 늘리려는 노력조차 내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내 몸을 아끼면서 운동을 하려는가. 운동을 하려 내 몸을 아끼는가. 이 두 질문의 간극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결국 귀결은 내 정서 함양을 위해서 운동을 하더라도 휴식은 필수다. 휴식의 필요성을 정말 중요하게 느끼고 있다.



  일상생활의 휴식은 운동이다. 운동의 휴식은 휴식이다. 결국 휴식이 잘 되어야 운동을 잘하고 곧 일상생활에서도 나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 내 몸을 알아간다. 그리고 내 인생을 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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