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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Mar 03. 2022

생활 축구는 그게 파울이야!

아마추어 동호인 풋살팀 총무가 본 생활 축구의 불문율에 대한 고찰 - 1

  올해부터 내가 소속된 풋살팀에서 총무를 맡게 되었다. 동호회에서 처음으로 임원을 해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고 있다. 총무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많은 회원에게 연락을 자주 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들리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 이야기를 모아보니 또 하나의 글이 되더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전부 실화다. 글을 쓰려 생각하니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스스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더 깊고 거칠게 생각해보면 남자들끼리 진짜 쪼잔하다 싶었다.



차에서 내리는 것부터  경기는 시작된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것부터 경기의 시작이다. 관상과 옷차림에서부터 실력의 평가는 시작된다. 남자들끼리 모여 운동을 하는데도 서로 새로 산 옷이나 반짝반짝한 신상 축구화를 의식한다. 나부터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직접 물어본다. "오, 축구화 새로 사셨네요?" "이 옷 예쁘다. 얼마야?" 하는 등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그러면서 우리 팀 선수와 상대방 선수의 컨디션을 살핀다. 그리고 이 운동의 장점이 사람 간의 소통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친해지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사람의 유형을 파악하는 눈치도 늘었다. 


  우리 팀의 경우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이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의 녹록함이 얼굴과 행동에 묻어난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상호 간에 존댓말을 주고받는다. 사회초년생부터 은퇴를 앞둔 아버님까지 다양하게 연령대가 분포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경기를 하는 날에 나오는 회원들의 평균 연령대에 따라 경기의 템포와 강도가 정해진다. 평균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경기의 템포는 빨라진다. 이에 불만을 가진 중년 이상의 회원분들은 어느샌가 출석을 안 하신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축구라는 운동의 특성상 순발력과 민첩성이 중요시되는 이상 항상 관리를 하지 않은 회원은 연령대에 따른 운동량을 소화하기란 어렵다. 임원진에서는 이에 고민이 많았다. 억지로 템포를 늦출 수도 없었다. 경기 흐름의 완급을 임의로 조절할 만한 실력자도 아니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거친 파울은 지양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의견이 중론으로 자리 잡았다. 거센 충돌이 발생하기 이전에 서로 발과 몸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심판의 의견을 존중하고 운동장 안에서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서로 목소리를 크게 내자고 했다. 그래서 총무인 나부터 이래저래 응원하고 소리 지르다 보니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목이 쉬었다. 이렇듯 생활 축구에서는 경기 외적 요소를 다양하게 생각하고 적용해야 한다.


  축구나 풋살은 상대방을 기세부터 실력까지 압도하여 득점하는 구기종목이다. 득점을 하고 승리를 쟁취하면서 상대팀의 절망을 즐기는 것 또한 유희의 일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승부욕에 기인하여 나와 호흡이 맞는 사람을 가린다. 아주 나쁜 습관이자 생각이다. 이 생각을 최대한 억제하며 가볍게 웃으며 모든 사람과 어울려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운동 다음날 여러 회원과 카톡을 주고받으며 들리는 의견에 묻은 솔직함은 내 안에서 악마를 또 꺼낸다. 


  좋아하는 걸 함께 하려 모인 사람들끼리에서도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관계는 정말 뭔가 싶다. 같은 관심사를 모인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 생활 축구의 특성은 이 기본적인 예의에서 시작한다. 


  축구의 기본은 움직임이다. 공이 없더라도 빈 공간을 찾아 움직여야 하며 수비를 할 때도 공간을 먼저 확보하거나 상대방의 움직임을 방해하려 쫓아가야 한다. 그러나 동호회에서는 축구나 풋살을 바둑같이 하는 사람이 꼭 있더라. 공을 받으러 공간으로 뛰어가지도 않으면서 발 앞에 공을 달라고 다른 사람에게 꾸짖듯이 말을 하는 회원이 있다. 나와 동료와의 호흡을 맞춰가며 공을 운반하는 운동이다. 리오넬 메시가 아니고서야 한 사람만을 위한 들러리를 하고자 운동장에 스스로 여가 시간을 내어 나온 회원은 없다. 본인이 조금 축구 실력이 낫다는 착각만으로 다른 사람을 하대하는 회원은 정말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 회원이 현재 우리 모임에 한 명이 있다.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나부터도 그 사람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이 혼자 공을 몰다가 위험한 지역에서 뺏기거나 허무맹랑한 슈팅을 허공에 날리면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온다. 


  같은 팀을 하다가 중요 지역에서 자꾸 공격 흐름을 끊어서 신나게 공격 지역으로 뛰어 올라간 다른 팀원들과 나는 수비로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아다다다 뛰어오면서 욱한 마음을 달랬다. 전후좌우에 패스를 할 공간이 뚜렷하게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허공에 슈팅을 때린 그 회원이 그렇게 원망스러웠다. 위치 선정은 기가 막혀서 내가 공을 잡으면 그 사람이 먼저 보였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그 사람은 항상 그 자리에 뿌리 깊은 나무처럼 곧게 서 있었다. 언제나 상대방 골대에서 5~6m 거리에서 중거리 슈팅을 정면에서 때리기 좋은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그렇게 본인 혼자 신나게 슈팅을 때려놓고 그 슈팅이 실패하고 역습을 맞으면 수비도 안 한다. 최소한의 수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좋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풋살에서. 좁은 공간에서 활동량은 더욱 티가 난다. 다른 팀원이 부족한 활동량을 상쇄하기 위해 더 뛴다. 그게 나였다. 


  경기가 끝나고 그 회원과 같이 앉아 있는 사이에 차마 정색은 할 수 없기에 웃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생활 풋살(축구)에서 형이 그렇게 하는 건 우리 팀에 파울 하는 거예요!"


  정말 꾹꾹 눌러 담아서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가 공을 잡으면 공격 기회를 보기 위해 패스를 돌리면서 공간을 파고들면서 썰어 나가야 하는데 형은 뭐가 그리 잘나서 허공에 공격 기회를 날리는지. 되지도 않는 드리블을 혼자 무리하게 하면서 뺏기고 나면 왜 수비를 하러 내려오지 않는지. 본인이 하지 않는 패스와 수비를 왜 다른 팀원에게 다그치듯한 뉘앙스로 얘기를 하는지. 너무 밉다. 그렇지만 운동장에서 쌓인 감정은 운동장에서 풀고 나와야 하기에 솔직하게 얘기했다. 


  차라리 화를 내고 그 형이 집에라도 가면 우리끼리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 형은 아랑곳하지 않더라. 결국 본인이 그렇게 슈팅을 묵직하게 때려대더니 골까지 넣었다. 그러나 주변 팀원들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우리가 원한 것은 득점이 아니었기에. 생활 축구에서의 승리는 승패가 갈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게임을 연달아 패배하더라도 우리 팀원과 내가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노력 자체가 승리에 버금가는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기분을 모두 차단한 채 본인의 이기심만을 표현하는 무대의 들러리로 같은 팀원을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회원은 머지않은 기회에 다른 팀을 찾았으면 좋겠다. K7리그(아마추어 축구리그)나 FK리그(풋살 프로리그)에 진출하셔서 아주 수신제가하셔서 부디 치국평천하이루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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