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동호인 풋살팀 총무가 본 생활 축구의 불문율에 대한 고찰 - 2
네트를 두고 하는 운동이 아니다 보니 축구나 풋살을 하면서 몸싸움은 불가피하다. 본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체력의 확보와 정신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하는 생활 축구에서 부상을 일으킬만한 몸싸움은 파울로 간주한다. 그렇기에 부상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종목이다. 더구나 고강도 유산소 운동에 속하는 엄청난 운동량을 추구하기 때문에 혼자 당할 수 있는 부상이 많다. 내 경험상 상대방의 반칙 행위에 의한 부상보다 혼자 뛰다가 근육 이상이나 인대 파열등의 부상이 훨씬 심각하다.
무릎을 심하게 다쳐보니 안다치고 운동하는게 제일 재밌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입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불편함을 느꼈을때 정말 우울하다. 육체의 부상이 정신적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 저기 다쳐보니 육체적인 회복은 눈에 보이고 내가 느끼지만 정신적인 회복은 잘 모르겠다. 운동을 못하는 스트레스와 일상 생활에서조차 내 스스로 겪는 제약은 너무 힘이 들더라.
일주일의6.9일을 일반인으로 살다가 0.1일도 안되는 시간을 선수로 빙의한 채 각자 개인의 신체 능력의 극한을 이끌어내는 축구와 풋살은 부상의 위험이 크다. 살금 살금 산책 나온 듯한 폼을 보여주려면 공을 어마어마하게 잘차야한다. 그런 정도가 아니라면 다른 팀원에게 핀잔을 넘어 비난과 한숨을 감수해야한다. 사람끼리 같이 하는 운동인지라 다른 사람에게도 미안해서 많이 뛰게 된다. 더구나 응축되었던 스트레스를 호흡으로 풀다보면 신체 가하는 부하가 갑자기 터질 수 있다. 그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강운동과 운동전 동적 스트레칭이 정말 중요하다.
그렇기에 생활 축구에서는 상호간에 부상에 대한 위험을 줄여야 하고 몸싸움은 정당하게 해야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프로축구에서는 흔하게 보는 여러 행위가 생활 축구에서는 명백한 반칙에 버금가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인조잔디의 특성상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면 바지에 구멍이 나거나 정강이 피부가 잔디 결을 따라 벌겋게 벗겨지는 부상이 발생한다. 제대로 축구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태클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상위험이 크다. 전 축구 선수 현 케이리그 해설위원 김형일씨는 경합이나 태클도 상대방과 내가 합이 맞아야 안다친다고 했다. 그런 합을 배우지 못하고 해보지 못한 일반인의 무리한 태클 시도는 본인 혼자 다칠 수 있다. 그리고 공을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발목이나 무릎에 들어간다면... 자칫 잘못하면 그 태클 한번으로 경기 자체가 아예 종료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작품인 '이말년 시리즈'에 나오는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메이커'라는 캐릭터가 있다. 생활 체육에서도 지나친 승부욕을 발현하면서 갑자기 운동장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동호인들이 있다. 불필요한 반칙과 언행은 운동을 하는 분위기를 호전적으로 만든다.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하려 모인 자리에서 승부의 갈림은 크게 필요하지 않다. 나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지역 리그전이나 타 팀과의 외부 경기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긴장을 잘하는 성격이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승부욕이 올라와 상대방과 몸싸움을 심하게 한다. 나도 다치고 상대방도 다치고 우리 팀원 상대 팀원 모두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물론 자체전을 할 때도 그런 승부욕이 가끔 올라온다. 대신 이 승부욕을 억누르기에는 스트레스를 받기에 다른 쪽으로 발현을 하려고 한다. 최대한 많이 뛴다. 몸싸움을 피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공을 따내려면 내가 많이 뛰면 된다. 가슴이 뜨거워 질 지언정 머리를 최대한 차갑게 하고 주변을 빠르게 살핀다. 패스가 나갈 줄기를 미리 파악해서 뛰어간다. 그렇게 공을 따내고 우리 팀이 득점 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나는 골대로 들어간다. 그렇게 한 골 한 골 차분히 만들어가며 내 승부욕을 골 셀러브레이션으로 승화한다. 아주 포효를 한다.
웃으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춘 동호회를 찾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축구 동호회 총무를 맡다보니 건강하고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건 더욱 어렵다. 다음 글에는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총무의 뼈를 깎는 노력에 대해서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