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1박 여행
나는 여행할 때 짐을 단출하게 싸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뭔가 빠트린 채로 여행을 한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는 숙박 다음 날 아침에 조깅을 해보려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운동복과 운동화를 챙겼다. 그런데 선글라스를 챙기지 않았다. 꼭 여행지에 신나게 와서 놓고 온 물건이 생각난다.
이 생각이 들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 여행지로 출발하는 도로는 한산했다. 나는 비수기와 평일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한산하게 뻥 뚫린 한낮의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렸다. 미세먼지가 뿌옇게 낀 하늘을 보며 기온은 초 봄 날씨였지만 뭔가 텁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달려 도착한 목포.
한산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바닷가의 시원한 바람과 항구에서 바쁘게 일하는 어민들의 모습을 보며 광어회 정식을 먹었다. 역시 남도 음식은 내 입맛에 잘 맞는다. 간간하지만 가볍지 않은 식감으로 내 입과 눈과 코를 자극했다. 자투리로 나온 홍어 삼합도 맛있었다. 첫 식사를 바다내음으로 가득 채웠다. 목포에서 먹는 회는 식감이 찰지고 노르스름한 기름기가 더욱 진해 고소한 맛이 깊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그 맛이 더해갔다. 정말 감명 깊은 맛이었다.
가득 찬 배를 안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씨엘비 베이커리. 내 짝은 빵을 좋아한다. 씨엘비 베이커리까지 간다면 전국 5대 빵집을 모두 가 본 타이틀을 갖는다. 누가 수여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뛰는 걸 좋아하여 운동화를 챙긴 설렘과 비슷한 설렘을 갖는 게 아닐지. 내가 가장 우선시하는 욕구를 여행에 빗대어 보니 같은 목적지와 일정을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해 인정하고 그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이 사람의 웃음소리를 옆에서 들을 수 있어 뿌듯했다.
그렇게 몽글몽글하고 배가 터질 것 같은 포만감을 안고 호텔로 들어왔다. 노곤노곤함을 안고 <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를 봤다.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그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일상을 며칠 동안 보여주는 게 전부임에도 그 눈빛과 손끝으로 퍼지는 울림이 내 마음에 깊게 자리 잡았다. 나도 청소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 이 사회의 청소부. 소위 공공의 적이라 불리는 범죄자와 범법자를 사법이라는 빗자루로 청소하는 청소부. 지금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어디를 청소하든 청소를 하는 목적 즉 깨끗하게 만들어 내가 아닌 이용자가 쾌적하게 내가 청소한 환경에서 불편하지 않게 이용토록 하는 것. 내가 잠시 잊었던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상기시켜준 영화다. 매일 아침 힘들게 눈을 떠 잠을 깨며 준비를 하고 현관문 밖을 나설 수 있다는 감격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 자신을 반성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새로운 느낌과 영감과 가르침이 내 마음을 파고든다.
그렇게 그 영화의 주인공과 함께 목포에서의 1박을 마무리했다. 뛴 얘기는 내일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