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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Dec 19. 2015

캐나다 이민생활 <26>

음주운전의 유혹과 검문검색

(사진설명) 한때 밤이슬을 맞고 들개처럼 다녔던 창원 용지호수 근처. 아직도 호수에 비친 야경이 날유혹하는 것 같다. 그 당시 집이 가깝고 새벽녘이란 이유로 음주운전을 많이 했다. 친구 페이스북에서 무단 전재.



술자리가 많은 12월이다. 누구나 이 시기를 거쳐야 한해를 넘기고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우린 처음보다 마지막에 목을 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술로 토해낸다.


그러나 문제는 귀가다. 대리운전이 없는 곳이니 음주후 내일 출근에 대한 걱정으로 운전 유혹을 많이 받는다. 설마 이 시간에 누가 있겠나라는 편안한 생각으로 합리화시킨다. 택시 귀가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택시비도 비싸고 내일 차 가지러 가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대중교통도 한국처럼 편리하지 못하다.  결국 맥도널드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30분 이야기하다가 운전대를 잡게 된다.


여태껏 6번 음주운전에 걸렸다.  피한다며 골목길로 가다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이민 동기들과 저녁 먹으면서 한두 잔 하다 보니 조금 과했고 필을 받아서 딴 곳으로 이동하다가 걸렸다. 큰길은 위험하다고 골목길로 들어선 게 오판이었던 셈이다.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대답은 물론이고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 경찰은  광야에 떨고 있는 어린양으로 생각했는지 아주 호의적인 표정을 지으며 안전운전을 당부하며 우릴 풀어줬다. 아마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판단했었던 같았다.


한 번은 여름 야유회를 호수 근방에서 했다. 야외에서는 금주이기 때문에 동양인들은 물병에  맑은술을 담아와서 살짝 마신다. 그날도 고기도 굽고 재밌는 놀이도 하면서 술을 조금씩 마셨다. 마치고 공원을 빠져나오는데 공원 입구에서 전차량을 조사하고 있었다.  급히 껌 두개를 까서 씹고 질문에 답했다.


"술 마셨나"


"노"


그 외에 몇 가지 더 물어보지만 그건 술냄새 맡으려고 하는 몸짓이기 때문에 최대한 말을 짧게 해서 현장을 모면했다. 이때 걸리면 과중 처벌이 기다린다. 과음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몇천 불에서 몇만 불까지 깨진다. 운전면허취소는 물론이고.


아주 결정적 순간은 불과 몇 개월 전이다. 주중에 남자 3명이 어울렸다. 별일 없으면 술마시는게 보통이기에 이날도 한잔 했다. 보통 때와 비슷한 양이었는데 마지막에 한두 잔 입에 틀어넣은 게 확 올라왔다. 그래도 습관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속으로 천천히를 다짐하면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안전운전이 확인되자 다리가 풀리면서 옷도 안 벗고 침대에 뻗었다.  한참을 잔 것 같은데 누군가 심하게 나를 흔든다. 와이프다. 아래 거실에 경찰이 와있다고 했다. 만취상태였지만 뭔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일단 양치질을 한번 하고 세수를 한 뒤 얼굴에 스킨을 발랐다. 내려가는 계단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손잡이를 잡고 한 발자국씩 조심해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5계단을 두고 멈췄다.


여자 경찰 두 명이 워커를 신고 중무장을 한채 거실에 서있었다.  한 손을 계단 난간에 올린 채 즉각 잔 머리를 돌렸다. 어떻게 모면해야 될지. 그러나 회로가 고장이 났는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술 마셨나"


"맥주 한 병..."


 도저히 더 이상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마셨다는 의사표시는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 주소 이름 직업 등등. 기초적인 질문인데 모조리 답을 못했다. 고개를 모로 흔들면서 둘이서 뭔가 사인을 보내는 것 같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곁에 있던 와이프가 대신 답을 하면 맹렬히 꾸짖었다. 진퇴양난. 찰나의 순간이 지난 뒤 둘 중 선임으로 보이는 여경이  "사람마다 틀리긴 하지만 당신을 한병 먹고 취한 양을 넘은 것 같은데 오늘은 경 고만 주고 간다. 다음에 음주로 적발되면 기준치 이하라도 처벌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공갈을 치고 갔다. 이 말도 다음날 아내가 전해줬다. 그리고 집에까지 경찰이 온건 고속도로에서 비틀거리니 누군가가 신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참 오지랖도 넓지 자기 갈길이나 가지 '


그 외에  요소요소, 적기에 적발된 적이 몇 번 더 있었다. 결론적으로 단 한 번도  처벌받은 적은 없다. 그건 기준치가 한국보다 높고 일단 먹었다고 하면서 묻는 말에 정확히 대답을 하면 절대 차에서 내려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음주 측정기 불일도 없다. 차에서 내리면 거의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균형 잡는 거 시켜보고 실패하면  바로 측정기 갖다 댄다.


고등학교 동문회를 마치고 연세가 지긋하신 선배 4분이  술이 거나하게 오르셨는데 2차한다고 번화가로 운전을 하고 가다가 경찰에 걸렸다. 이때 너무 술이 취하셔서 절대 안 먹었다고 4명이 이구동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열이 뻗친 경찰이 모두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리곤 측정을 시도했다. 마침 그날따라 그곳에 있는 측정기 3개 모두 고장이었다. 경찰은 심정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풀어줬다. 이처럼 거짓말하면 일단 갈 때까지 간다고 각오해야 한다. 동정의 여지가 박멸된다. 그 선배 들은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이처럼 밴쿠버에서 음주운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이와 함께 대리운전이 없다는 점과 음주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또 술을 마셨다고 일괄적으로 잡아들이지 않는다. 이 말은 사람마다 주량이 틀림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반드시 몇 마디 물어본다. 첫마디가 마셨냐고 묻는다. 분명 냄새는 나는데 아니다라고 잡아떼면 문제가 복잡해지고 길어진다. 마셨다고 하면서 취하지 않았음을 인지시키는 게 오히려 일이 쉽게 풀린다.  이 첫 시험에 통과되면 웬만해서는 안 잡아간다. 그리고 운전을 해서 산으로 들로 다녀봐도 경찰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 로드 블록을 한다면 사전에 고지를 한다. 또 한 가지 더, 음주단속을 심하게 하면 관련 업체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점도 주정부는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여자 주수상에 당선된 뒤 음주단속을 강화했다. 그러자 즉각 요식업체에서 반발했고 이에 굴복한 주 법무부 장관이 저녁 먹으면서 와인 반 병 정도는 가능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해버렸다. 적당히 마시는 건 괜찮다는 뜻인데 약간 모호하긴 하다.  그래도 가급적 음주운전은...


 오늘 불금인데 그냥 귀가하면 세상이 욕하지 않을까 걱정이네. 어둠은 이미 찾아왔다. 모든 걸 감춰버렸네. 나도 얼른 그곳에 숨을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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