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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Feb 03. 2016

캐나다 이민 생활 <33>

교통사고의 기억과 그 뒤처리

(사진설명) 우리 동네 사고 다발지역. 교통량은 많지 않지만 몰 양쪽 진출입구에 신호등이 없어서  충돌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상조회에서 몇 번 건의를 올렸다. 그때마다  교통경찰이 숨어서 스피드 체크로 대신했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에게 돌아갔다. 나도 한번 딱지를 끊겼다.


여긴 운전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차량에 비해 도로망이 잘 정비돼 있다. 일부 지역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교통 체증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운전습관도 그런대로 침착해 보인다. 다만 16세쯤에 취득한 초보 운전자는 거리의 무법자다.


16년 살면서 두 번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했다는 의미는 상대방 과실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사고의 빌미를 일부 제공하기 했지만 사고 처리규정상 나는 빠졌다.


작년 가을쯤인가. 이웃 도시 애보츠포드에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고속도로를 타고 귀가할 예정이었다. 늘 다니던 고속도로 진입로 입구에서 뒤차에 받혔다. 그곳은 사고 얼마 전에 신호등에서 로터리로 교체하면서 약간 낯설었다.  밤인 데다가 신호등이 안 보여서 속도를  좀 냈고 갑자기 나타난 로터리에 급정거를 하면서 뒤차가 그냥 받아버렸다.  충격은 컸지만 내차는  suv인 데다가 좀 높고 상대는 낮은 승용차여서 차나 사람의 대미지는 커지 않았다. 문제는 상대방.


조수석의 친구와 나는 내렸다. 그때 의문의 여성이 나에게 닥아왔다. "괜찮으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둘의 상태를 얼핏 보고는 가해차량으로 갔다. 뒤차는 20대의 여자 초보운전. 아픈 건지 겁이 난 건지 내리질 않았다. 여자가 몇 마디  던지면서 부축을 하자 조심스럽게 내렸다. 그녀도 외관상으론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기본적인 처리사항인 면허증과 보험증서의 기본사항을 적고 사진 몇 장을 찍고 찢어졌다. 제삼자인 그녀는 목격자이면서 증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자신의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 뒤의 처리가 우리와 판이하게 달랐다.


정부 공공기관인 보험공사에 오로지 전화로만 리포트가 가능했다. 양쪽이 다하게 돼 있다. 자기의 주장을 하고 서로 어긋나면 조사가 진행된다. 이건의 경우  명백한 데다가 목격자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도 발뺌을 못할 것 같았다. 일단 전화를 했다. 장소를 말하면서 경위를 설명하자 담당자는 전화기 앞에서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편도 이차선인데 당신은 몇 차선으로 달리고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아마 화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상대가 먼저 전화해서 이미 가해자와 피해자가 갈려져 있는 상태로 보였다.


다음날. 오른쪽 엉덩이가 좀 쑤셨다. 참고 있다가 할 수 없이 병원에 갔다. 교통사고 후유증이라 말했다. 그리곤 며칠 치료를 받았다. 그러자 보험공사에서 전화가 왔다. 어디 어디에서 치료를 더 받아라는 충고였다. 괜찮다고 몇 번을 사양했는데 그 뒤도 전화가 몇 번 더왔다. 그래도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잊혀졌다. 차도 고치고 나도 별 탈 없이 끝났고... 2주 뒤쯤 보험공사에서 편지가 왔다. 1500불을 동봉해서. 완전히 니하고 나랑은 종친 거다는 식으로 보낸 것 같았다. 소송을 무서워한 결과가 아닌가 추측된다.  


이사고 몇 년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를 못 넘을 것 같아 멈췄는데 뒤차가 받아버렸다.  그 차는 내가 건너갈 것으로 판단해서 속도를 더 낸 것 같았다. 이때도  제삼자가 우리 처리하는데 꼽사리 끼었다. 둘 다 멀쩡하니 명함을 건네고 사라졌다. 이때는 병원 가지도 않고 차만 고치고 끝냈다.


우리와 큰 차이는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의 주장을 보험공사에  말하면 그곳에서 명확히 처리해준다. 차이가 발생하면 CCTV라든지 목격자 등을 찾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해준다. 그래도 안되면 50대 50으로 처리한다. 이 동네 공공기관은 거짓말하는걸 싫어하기 때문에 가해자는 웬만해서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여기 보험공사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건 변호사 개입. 일단 그들이 물면 조금은 보상을 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보상금에서 변호사비를 받아가기 때문에 안 받고는 끝은 내지 않는다. 또 받을 자신이 있는 케이스만 접수한다.


우리 동네에 살던 유학 맘이 자기 딸을 태우고 자기 잘못으로 사고를 냈다. 본인은 멀쩡하고 딸이 약간 충격을 받았다. 이때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소송을 걸었다. 운전자인 엄마는 법정의 증인이 되고 보험공사가 피고소인이 돼서 소송전을 벌려 합의까지 가서 일부 보상금을 받았다. 이런 사례처럼 새는 곳이 많은 만큼 보험금이 상당히 비싸다. 현재 최고 할인율을 받고 있는 나의 경우 10년 된 일본 중고차인데 연간 2300불 정도 낸다. 25세 미만의 무경력자는 3500불 정도 일 것이다.  약간 당황스러운 금액이다.


운전하면서 황당 사건은 사고가 아니라 어떤 아줌마의 예기치 못한 행동이다.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시점. 길도  익힐 겸 야외로 가족 드라이브를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연료가 바닥을 드러냈다 주변을 살피면서 운전을 하던 중 신호대기 중인 건너편에 주유소를 발견했다. 그러나 나는 편도 2차선 중 1차선에 있고 주유소는 교차로 건너자 말자 오른편에 있었다. 그리고  2차선에도 신호대기 중인 차량이 있었다. 속으로 '깜빡이를 켜고 들어가면 양보해주지 않을까'라고 내 맘대로 생각했다. 그리고 급하게 실행에 옮겼다.


 시동을 끄고 기름 넣을 준비를 하는데 난데없이 어떤 차가 급하게 나의 앞을 막았다. 젊은 금발의 여자가 내리면서 무슨 쌍욕을 해댔다. 입이 전체 얼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벌리는 본새를 봐서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욕들은 내 가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 물론 그에 따른 반응도 미흡했고... 그러자 그녀는 자기 손바닥으로 머리를 치고 가슴을 풀어헤치고 발로 내차를 차는 시늉을 했다. 그녀의 폭발력을 감안할때 가슴에 남은 마지막 꺼풀을 벗어제치거나 힐로 내 차의 범퍼를 찍어야 하는 분위기인데 묘하게 마지막은 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장면을 조용히 관전하던  이모나 엄마쯤 돼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내려서 제지를 했다. 이게 기름을  들어부은 격이 됐는지 더 발광을 했다. 온 주유소가 떠나갈 듯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한참을 주절거리던 그녀는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이 야유를 보내자 그때사 정신을 조금 가다듬는 것 같았다.


내 잘못을  사과할 틈을 줘야 하는데 도저히 그 찬스를 잡지 못해  나는 그냥 차 안에서 멍청히 그녀의 쇼를 구경만 하고 있었다. 사실 좀 무섭기도 했다. 여긴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거의 다 하고 더 독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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