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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Aug 07. 2015

캐나다 이민 <8>

미 서부 자동차 여행(상)

(사진설명) 시애틀 시내에 있는 분수광장. 이곳은 캐나다 벤쿠버와 비교적 가까워서 교민들이 가끔 놀이 삼아 가기도 한다.


동서의 제안은 바로 미 서부 자동차 여행이었다. 베이스 캠프는 샌프란시스코로 잡았다. 그곳에 서로 아는 사람이 있었다. 동서네 가족은 오클라호마에서 비행기로 오고 우리는 자동차로 가서 합류하기로 했다. 두 집의 벤으로 세 가족이   나눠 타기로 했다. 모두 부부와 두 자녀씩 총 12명의 대군사였다. 문제는 지인의 막내둥이가 갓난애기여서 장거리 여행에 약간의 걸림돌이 아닐까 우려됐다.


짐 푼지 두 달만에 이렇게 서둘러 떠난 이유는  비즈니스나 직업을 갖게 되면 그곳에 메여서 엄두를 못 낼 것 같아서  였다. 다만 아직 이곳 환경에 낯선 점이 있긴 했지만 세 가족이 뜻을 모으면 어떠한 돌출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되리라고 자신했다.


우리의 출발 시간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월요일로 잡았다. 비교적 국경 통과가 무난하고 고속도로 사정도 감안했다. 출발에 앞서 지도책을 사서 한번 쓰윽 훑었다. 상당히 먼길이었다. 우리 집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약 1700킬로 정도. 한 시간에 평균 100킬로씩 달리면 17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어디서 일박을 하는가도 걱정거리였다. 최대한 많이, 가까이 가서 방을 잡기로 하고 일단 새벽에 출발했다. 두 달 전 시애틀 공항에서  밴쿠버까지 렌터카를 몰아본 경험 때문에 두려움은 많이 가셨다.


그러나 미국 검문소는 처음 경험하게 되는 셈이었다. 911 전이라서 좀 친절했다. 중국 여자였는데 부드러우면서 요것 조것 많이 물었다. 과일은 모두 압수당했다. 다만 워싱턴주에서 생산된 사과만 돌려줬다. 술도 반입금지였지만 국산 펫트소주를 술로 보지 않았다. 좋은 여행팁이었다.


시애틀까지는 무난히 통과했다. 나머지 길은 초행이다. 워싱턴주를 벗어나 오리곤주를 관통할 즈음  길고 긴 산이 나타났다. 예상 못한 복병이었다. 길이 미끄러웠다. 산이라 서 커브가 많았고 응달에는 눈에 띄지 않은 얼음이 살짝 덮여있었다. 이즈음해서 방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모텔을 찾았다. 그렇게 많던 숙박시설도 찾으니 없었다. 가다 가다 겨우 싸인을 보고 들어갔다. 첩첩 산중에 모텔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주로 우리와 같은 길손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카운터는 쇠창살로 막혀있었고 직원도 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요금도 조그만 구멍으로 지폐를 돌돌 말아 밀어넣었다. 좀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직원이 저렇게 손님을 대해도 될까 하고 생각했다. 이 의문은 아침에 알게 됐다. 그곳은 주로 고속도로 손님이 묵는곳이라기 보다는 사냥꾼들의 숙소였다. 모두 총기를 가지고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었다.  실제 강도사건이 발생해도 누가 도와주기도 어려운 위치였다. 


점심을 샌프란시스코에서 먹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우선 모텔방에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서 든든하게 먹었다. 밖에 나오면 왜 그렇게 밥맛이 도는지... 아침 서리가 뽀얗게 내려앉은 그곳을 뒤도 보지 않고 빠져 나왔다.  한두 시간 만에 산자락에서 벗어났다. 이젠 캘리포니아 평야지대가 우리를 기다렸다. 먼동이 틋다. 주경계선에 웬 뚱딴지 같은 검문소가 있었다. 주로 식물이나 과일에 대해 조사했다.  더 이상 뺏길게 없었다. 유니폼을 입은 중년의 백인 남자직원은 불한당같이 불친절했다. 무슨 큰  벼슬아치처럼 굴었다.


드디어 샌프란시스코. 굉장히 큰 도시였다. 몇 개의 도시가 연결돼 있어 눈이 빙빙 돌 정도였다.  지인의 집은  버클리 쪽이었다.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겨우 찾았다. 이미 동서는 도착해 있었다. 덴이 있는 방한개짜리 아파트였다. 대학교 앞이라 방세가 상당히 비쌌다. 우리로 치면 실평수 25평 정도. 그곳에 12명이 풀어져 있으니 장터 같았다. 그 와중에 생전 처음 경험한  장거리 여행의 무용담을 안주삼아 식전 소주를 한잔 했다. 그리고 내일에 대한 계획에 들어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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