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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Aug 12. 2015

캐나다 이민생활 <9>

서북미 자동차 여행(중)

(사진 설명) 미서부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안전운전을  방해할 정도로 개구쟁이였던 애들이 어느덧 성인 반열에 들었다. 동서 둘째 로스쿨 졸업식에서. 왼쪽은 큰 놈 오른쪽은 우리애. IN SEATTLE)


우선 최고 가보고 싶은 곳을 골랐다. 공통된 의견은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라스베이거스, 그렌드 캐년, 로스에인절레스 등이었다. 이걸 중심으로 차량 운행 계획을 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요세미티를 관통하고 라스에 도착하는 걸로 첫날 스케줄을 잡았다. 장거리인 만큼 차량 체크를 꼼곰히 했다. 드디어 출발. 하나라도 빠뜨리는 게 없는가 확인 또 확인을 한 뒤 베이스캠프를 출발했다. 비록 겨울이지만 쾌청한 날씨였다. 애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약간 들떠 있었다.


가이드 격인 지인이 선도카역할을 했다. 한참을 달려 뭔가 산 같은 곳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 당시는 그게 요세미티인 줄 잘 몰랐다. 워낙 위험한 산길이어서 신경을  그곳에 집중한 탓에 주변 경관을 쳐다볼 여유가 없었다. 하필 운전석 쪽이 대부분 깎아 지른 절벽이었다. 이탈 방지턱도 거의 없었다. 만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아찔한 높이에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였다. 나중에 그곳이 요세미티라고 했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던 곳이라 지도상으로 확인을 한셈이 된 것이었다. 그 산길을 내려 올 때쯤 이미 해가 떨어졌다. 기온이 급격히 하강했고 서둘러 숙소로 가야 할 형편이었다.  갓난아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 달리 문제가 발생했다.


차 기름이 바닥을 때린 것이다. 주유소만 있으면 채우곤 했는데 이 구간에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변은 사막이었고 있다 하더라도 차량 통행이 적은 지역이어서 일찍 문을 닫았다. 다른 차 운전자인 동서에게 연락을 취했다. 30여분을 헤매다가 문 닫은 주유소를 발견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려줬다. 그러나 이내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 취소했다는 황당한 답이 이어서 날아왔다. 이젠  비상수단뿐이다.자동차 서비스  보험턱인  트리플 A를 써야 할 순간. 이런 곳까지 이게 통용되지 않을 거란 속단으로 관심 밖이었는데 할 수 없이 시도를 했다. 웬걸, 정말 뜻밖에 연락이 됐고 40분 만에 구세주가 나타나서 연료통 일부를 채워줬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런 곳에서 또 이런 시간에 이런 서비스를 해준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고마운 천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아마 자정이 지났을 것 같았다. 예약한 호텔은 구시가지의 오래된 곳이었다. 방에 키친시설이 있고 상당히 넓었다. 다소 방값은 비쌌지만 대군사 밥값을 감안하면 괜찮은 가격이었다. 서둘러 밥을 하고 반찬을 장만해 늦은 저녁을 먹었다. 하루해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별세계를 경험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참 크다는 것도  체험했다. 한참을 달려도 인가가 없는 지역도 있었다. 산을 지나면 들이 나오고 사막이 있고, 그리고 물이 있는 곳. 그런 곳이 미국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슬슬 바깥 공기를 살폈다. 깜작 놀랠만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게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내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이게 라스베이거스의 첫인상이었다.


이젠 이곳에 여장을 풀고 내일의 계획을 잡았다. 며칠 푹 쉬면서 시내 구경과 혹시 모를 대박을 꿈꾸며 카지노구경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랜드 캐년과 후버댐 등도 관광 목록에 넣었다. 첫날의 흥분 때문인지 쉬 잠이 오질 않았다. 남자 세명이 가벼운 몸풀기 훌라를 몇 판 치다가 내일을 기약하면서 깊은 수면에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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