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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Aug 21. 2015

캐나다 이민생활 <10>

서북미 자동차 여행(하)

(사진 설명) 2015년의 밴쿠버에 살인적 더위가 찾아왔다. 그 폭염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가까운 분들과 강가에서 양을 한 마리 눞혔다. 뒤에 보이는 강은 록키산맥에서 발원, 태평양으로 빠지는 프레이저강. 공공장소에서 음주가 불허된 탓에 물컵에 담아 몰래 마신다.


다음날. 신시가지 관광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휘황 찬란 그 자체였다. 별세계, 딴 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테마별 호텔 구경에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온갖 쇼를 다 했다.  밤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분수쇼라든지 해적선쇼 같은 게 백미였었던 것 같다. 또 내부도 놓칠 수 없는  천국이었다. 천장을 하늘과 똑같이 만들어 둬서 실내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거의 눈요기를 마치고 슬슬 슬롯머신 가까이로 모였다. 여자들과 애들은 별도 공간에 남겨두고 본격적인 몸풀기에 들어갔다. 블랙잭과 머신에 우선 도전했다. 대박을 꿈꾸며. 블랙잭에서는 재미를 못 보고 머신에서 겨우 150불 정도 건지고 손을 씼었다.


다음 코스는 그랜드 캐년. 직접 차를 몰고 갔다. 가는 길에 후버댐을 봤다. 규모가 무지하게 컸다. 한때 미국 불황을 타개한 토 목공사답게 장대했다. 그리고 중간에 허기를 달랠겸 식당에 들어갔다. 뜻밖에 김치와 흰밥이 나왔다. 주인은 백인인 것 같았는데... 그만큼 한인 관광객이 많다는 뜻이겠지.


그랜드캐년. 라스는 인공이라면 이곳은 자연의 경이가 온몸에 전혀 지는 곳이었다. 어떻게 저런 지형이 형성됐을까 하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깊고 깊은 계곡에 태고의 신비가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내려가 보진 못했다. 시간과 구성원이 문제였다. 담에 오면 꼭 한번 내려가 보리라 하고 맘으로 생각했다. 그 아랜 강이 흘렀다.


해는 일찍 떨어졌다. 할 수 없이 킹맨이라는 곳에 일박을 했다. 사막에 있는 이도시는 낮엔 그저 그런 곳이었는데 밤엔 화려한 불빛이 먼 거리까지 퍼졌다. 대기가 맑고 사막이어서 불빛이 멀리까지 퍼져제법 큰 도시처럼 보였다. 숙소를 정하고 남자들은 한잔 하러 나왔다. 가라오케를 겨우 찾아서 노래 한곡씩 시켜놓고 잔술을 한잔 했다. 딴 돈도 있고 해서 옆자리  동네 터줏대감들에게 한잔씩 돌렸다. 그 결과 노래 순번이 좀 빨랐다. 엉터리 영어노래를 한곡씩 부르고 술도 한잔 하고 나니 세상이 너무 쉬워 보였다. 그 기분을 간직한 채 깊은 수면에 들어갔다.


다음날 짐을 챙겨 엘 레이로 출발했다. 먼저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놓고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결국 원하는 곳으로 찢어졌다. 어린애들은 디즈니로, 좀 큰 놈 들은 유니로 헤쳐 모였다. 나랑 동서는 바깥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이국의 겨울을 만끽했다.  그리고 코리아 타운으로 이동.


북창동 순두부집에서 좀 빠른 저녁을 먹었다. 싸고 맛있고 양이 너무 많았다. 그때 밴쿠버서 전화가 왔다. 여행 가기 전 일자리 말해둔 식당의 사장이었다. 자리가 나왔다면서 빠른 시간 내 출근을 명했다. 여행 중이라는 말을 못하고 며칠 내로 가겠다고만 말하고 끊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겨우 잡은 직장을 놓치지나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엘 레이 관광을 하는 둥 마는둥하고 북상을 고집했다. 고속도로와 옛길인 국도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다수의 뜻에 따라 바닷길을 택했다. 이 또한 명승지가 즐비했다. 왼쪽으로 태평양을 끼고 겨울이지만 시원한 해풍을 맞는 것 또한 일품이었다. 일부 해안에서는 윈드 스핑을 즐기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언젠가 한번 살아 봤으면 하는 곳이었다. 겨울임에도 겨울 같지 않은 곳이었다.


그 길을  따라 올라 오면서 군데군데 차를 세워서 사진도 찍고 밥도 해먹었다. 아쉽게도 당시 사진은 남아 있질 않다. 아주 기막힌 곳에는 모텔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루 숙박비가 무지하게 비쌌다. 돈도 돈이지만 내고 집으로 중간 숙박 없이  바로 샌프란 시스코로 컴백했다. 아쉬운 데로 당일치기 샌프란시스코 관광을 하고 동서식구만 남겨두고 그 다음날 제2의 고향인 밴쿠버로 떠났다. 또 찻길  17시간이 우리 앞에 기다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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