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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띠 May 08. 2022

딱딱함과 단단함의 차이

우리는 한 번에 부드러워질 수 없다

퇴사 후 오후 2시 수련에 용기를 내서 참석 중이다. 오후 2시 수업이 수련의 강도가 높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수련 시작 전 선생님이 책의 구절을 읽어주시며 말씀하셨다.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해요. 왜 그런줄 알아요? 그 이유는 유연하기 때문이에요." 


너무 곧고 딱딱하기만 하면 툭 하고 부러지기 때문에, 휘어질 수 있는 유연함은 한편으로 강함을 나타낸다. 그런 점에서 유연함은 '능동적'이다. 유연함은 타의에 의해 휘어져 형태가 변형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힘을 조절해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그리고 원하는 때에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함은 흐물흐물하지 않고 그 속이 반드시 단단하다. 단단함이 동반되지 않는 유연함은 언젠가 다치거나 부러지기 마련이다. 


힘든 일들을 한꺼번에 겪는 중에 내가 달라진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전과 다르게 애써 눈물을 참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아마 지도자 과정을 듣고 내 감정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음에 틀림없다. 슬프면 슬픈대로 충분히 느껴주기로 결심했고 실천하고 있다. 


큰 두 가지 사건을 겪고 나니 매일 밤 감정이 올라와 종종 눈물이 났다. 그렇게 2주가 지났을까.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단단한 것과 딱딱한 것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는 퇴사와 헤어진 전 남자친구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들 중 마음을 굳어지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반대로 어떤 날에는 기분 좋게 마음껏 즐기고 나면 마음이 말랑해짐을 느끼는 날도 있다. 


일이든 사람이든 밖의 것들로 인해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 마음이, 어쩌다 한 번 온 것 같은 행복한 하루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말랑해진다. 그리고 그 말랑함들이 모이면 마음이 차츰 부드러워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점차 내 마음은 더 넓고 단단해진다. 이렇게 생각하니 선생님에 센터링에서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이유는 유연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너무 굳어버린 마음들을 볼 때면 '나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나 왜 이렇게 됐지.' 라며 괜히 슬퍼질 수도 있지만, 굳은 것이 있을수록 말랑함이 모여서 부드러움을 꽃피울 때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감사할 수 있다. 퇴사도 이별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지만 이전과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받아들이는 마음이 변화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루하루, 작아도 나를 미소짓게 하는 것들이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일지라도 마음을 풀어지게 한다. 오늘 하루 느낀 소소한 행복들로 인해서 불편한 감정들이 해소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설령 해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소소한 행복들이 가져온 좋은 감정은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렇게 믿음을 쌓아가다보면 불편한 마음들도 마주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있었음을 아는 날이 분명 올 거라고.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포기하지 않아야 할 이유, 

나는 부드러워지고 있고 단단해지고 있다. 

유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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