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밀하게 나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
운동을 꾸준히 하겠다고 마음 먹은 2020년 1월, 나에게 맞는 유튜브 운동 영상을 찾다가 특히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봤다. 지금은 100만 유튜버인 심으뜸 님의 영상이었다. 영상 도입부에 '심으뜸의 마이너스 라이프'라고 쓰여진게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이너스'라는 단어가 체중감량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된 단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마이너스'라는 단어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덜어내는 것, 비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단어들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새롭게 다가왔다.
나는 요가를 할 때 후굴이 잘 되는 사람들을 부러워 했었다. 잘 안되는 후굴 동작이 선생님의 도움으로 되었을 때 너무 시원했던 그 느낌 때문도 있지만, 요가가 좋아지면서 아사나에 대한 정복 욕구도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요가 철학을 배웠을 때에는 요가를 심리적으로 접근했을 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대체로 가슴이 잘 열린다고 해서(여기서 가슴이 잘 열린다는 것은 후굴이 자연스럽게 된다는 의미다) '나는 언제쯤 가슴이 열릴까'라고 고민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엊그제 명상을 하다가 이 '열림'과 '드러냄'의 반댓말인 '닫힘'에 대해서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다. 마치 심으뜸님 영상에서 '마이너스'라는 단어를 보고 무릎을 탁 쳤을 때처럼 말이다. 최근에 본 영화에서 유대인이 나치의 학살을 피해 나무판자로 된 마룻바닥 아래에 숨어 있던 장면이 있었다. 영화에 보면 꼭 바닥에 나무로 된 문이 있다. 비밀공간, 창고 등등. 그 안에 들어가면 숨겨둔 보물, 남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은 무언가가 꼭 있다.
Open, reveal / 그리고 그 반댓말인 'Close'
열고 드러내는 것에 대하여, 그 반대인 닫는 것은 안 좋은 건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좀 더 세밀하게 만나기 위해서는 '닫아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바닥의 나무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부담의 대부분도 열고 보여주어야 한다는 학습된 무의식중의 강박 때문일 수 있겠다.
그동안 '어떻게 하면 열릴 수 있지? 열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했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억지의 열림이 아닌 세밀하게 나 자신을 탐구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닫아둠'이었음을 수련과 명상을 통해서 깨달았다.
서툴면 서툰대로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그 닫아둔 나무 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온전히 마주하는 날이 오겠지. 그저 내 마음의 바닥에 그 문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다보면.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