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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띠 Jul 03. 2022

스물 아홉의 브레이크

스판다 요가지도자과정에 덜컥 등록하다

'너무 힘들다. 숨을 못 쉬겠어.' 


2021년의 나는 숨이 차게 달리고 있었다. 나의 숨을 차게 한 것들은, 단순히 직장에서 하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원하는 걸 선택해서 이직을 했지만 나의 가치관과 회사의 방향성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생각보다 나를 더 괴롭혔다. 스타트업 특성상 잘 잡히지 않은 체계와 유치하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로 많이 지쳐있었다. 


원하는 일을 선택했음에도 찾아온 공허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나만의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 시간 요가수련을 하고 출근해 일을 하다가 칼퇴근을 하고나면 곧장 종로에 있는 폴댄스 학원으로 향했다.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몸에 힘을 잔뜩 줘서 운동을 하고나면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뿐, 마음 속의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2020년에 적어두었던 '2021년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2020년은 내가 요가와 흠뻑 사랑에 빠져있을 때였고 정확한 시점은 정해두지 않았지만 언젠가 요가지도자를 따겠노라 결심을 했었다. 


지도자과정을 듣는다면, 나의 첫 요가 선생님이 추천해준 용산에 있는 사트얌 요가원에서 빈야사 ttc를 들을 생각이었다. 사트얌의 빈야사 과정 시작은 2022년 초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요가원은 내 선택지에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2021년 9월에 시작하는 스판다 요가지도자과정(ttc)에 시작 1주일 전에 등록을 해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동기 선생님들은 다들 등록하기 전에 대부분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상담도 받지 않고 정말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이었지만 송금 버튼을 누르고 깊고 크게 한숨을 뱉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안도의 한숨 같았다. 




이 12주 과정은 제목처럼 숨가쁘게 달리던 내 인생에 브레이크를 건 사건이었다. 

자기계발이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에 살면서 취미의 연장선상으로 도전한 무언가가 나를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건 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 과정이 순탄치 않더라도,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내가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만족을 모르고 계속 채우려고만 했던 나에게 이 과정은 한 가지로도 충분하다는 중요한 진실을 깨우쳐줬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그 12주의 여정을 회고하면서 간직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 하루 바삐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록의 여행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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