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된다더니
작년 말에 <나는 내가 더 '왈칵' 했으면 좋겠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었습니다. 한참 '영감'이라는 단어가 트렌드가 되어 너도 나도 영감을 찾아다니던 시기였는데요. 점심시간에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왈칵이란 단어가 찾아왔어요.
눈물을 최대한 적게 흘리고 사는 삶이 어른의 삶이자 강해지는 삶이라고 생각했던 지라, 왈칵이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왈칵하는 삶을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 새삼 놀랐었습니다. 그런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2023년을 시작하고 나서 더 왈칵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어요. 이런게 '말한대로 되는 삶'이라는 걸까요?
100억 부자가 되는 꿈을 이뤘다거나 하는 거창한 꿈이 아닌데도 이 눈물들이 제법 반갑고 퍽 마음에 듭니다.
저는 자취를 하면서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자취생의 첫 주말은 괴로웠습니다. 빡빡하고 북적한 집에서 살던 제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약속을 잡지 않으니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불안했습니다. 스스로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낯설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혼자 있는 그 시간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조금 더 내려놓고. 나도 모르는 새에 6개월간 연습이 된 건지 어떤 깨달음이 찾아오면 눈물이 납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요가수련을 하다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눈물이 나요. 보통 미안함과 감사함의 감정인데, 감사함이 더 커요. 왜, 그런 날 있지 않나요,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문득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는 순간이요.
이 눈물의 근원은 우울함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실하게 알겠어요. 오히려 그것보다는 잠깐씩 마음에 찾아오는 깨달음인 것 같아요. 한 번 내가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마음 먹으니 급전개가 이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말한대로 이루어내는 것 같아서 잠시지만 전지전능해진 기분도 드네요.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은데, 나의 눈물 정도는 내가 허락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왈칵하는 순간에 눈물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내줘요.
왈칵하는 눈물을 통해 당신의 마음에도 평안이 깃들 수 있길 바라면서 글을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