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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Nov 16. 2020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내주신 대봉


어제 대봉 한 상자가 도착했다. 제천에 사시는 고모가 보내주셨다. 

제천 특산물도 아닌 지리산 산청 재배자 주소가 붙어있다. 

받기만 하는 내가 민망해하자 영양사 아줌마도 한 상자 줬고

여기저기 주는 사람 중에 하나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신다.  

“돌아가신 오빠 언니가 생각나서 너에게 보낸 거야” 하셨다. 

그렇구나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내주신 거구나. 잠시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고모 말씀을 놓쳤다. 

아들이 제천 내려가서 병원을 차리는 바람에 병원 간호사, 직원들 밥을 해주시기 위해 내려가셨다. 

내가 학원을 할 때는 오원장 이라고 부르셨다. 

내가 책을 내자 부모님이 계셨으며 얼마나 대견하게 생각하시겠니 하며 축하해 주셨다. 

그리고 보내 드린 책을 며느리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도 강요는 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지난 여름에는 네가 옥수수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거 같아서 옥수수 보낸다. 

더운 날씨에 옥수수 삶기 힘들면 삶아서도 보내주니 삶아서 보낼까? 하시는 거였다. 

배려는 이런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위해서 한다지만 상대방에게 물어보는 고모는 

정말 나를 배려하시는 구나 하고 감사했다.

상대방이 나를 배려한다는 것을 알면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구나. 

그래서 배려의 반대말이 있다면 무례가 아닐까 생각했다. 


방송통신대 영문과를 다니시는 고모는 여든 한 살 청년이다. 

평생을 누가 봐도 고생 고생 생고생을 하셨다. 

그런 고모가 애들 키울 때는 3시간 이상 자보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지금은 너무 풍요롭고 행복하다고 하신다. 행복하다고 하시는 말씀에 웃음이 묻어난다.

여든 한 살에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른이 몇 분이나 될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생을 하시며 키운 아들이 의사가 됐고, 

며느리가 외국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하니 어린 손주들은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공부하라며

며느리 등 떠민 분이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고모를 통해 배운다. 

고모가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가끔 나에게 먹거리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보내주신 대봉을 겨우내 먹으며 고모를 생각하듯이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나도 베풀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고모는 사람책 도서관 (Human Boo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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