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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May 23. 2020

우리 아이는 나랑 궁합이 안 맞아요

아이와 맞지 않는 3가지 유형 

"선생님, 우리 아이랑 너무 궁합이 안 맞아요!"

무슨 말이지? 아이랑 궁합이 안 맞다니 처음에는 별소리를 다한다 싶었다. 

여긴 점집도 아닌데 웬 궁합? 아이 공부 때문에 상담 온 엄마가 웬 궁합 타령인가 어리둥절했다. 이제는 많이 듣다 보니 이렇게 하소연하는 엄마 사정을 이해한다. 내가 낳은 아이이기에 잘 맞고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말이 안 통하고 말도 못 할 때는 엄마가 알아서 해주면 아이는 반응을 하고 아이가 욕구를 말하지 않아도 어찌 그리 잘 알아차릴 수 있었는지 신기했다. 그런데 오히려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되었고 말도 잘하는 아이랑 오히려 대화가 안되고 계속 어긋나면 엄마들은 이런 하소연을 할 수밖에  없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존 그레이/ 동녘라이프)가 무척 유행한 적이 있고 지금도 남녀 간의 차이를 말할 때 종종 인용된다. 사랑해서 만난 사이이고 더구나 너무 잘 맞을 것 같아 결혼한 어른들끼리도 전쟁 같은 결혼 생활이라고 말할 때도 있다. 때론 휴전도 하고 상처만 남긴 종전(이혼) 도하는데  하물며 아이와 내가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니 언제 궁합을 맞춰서 선택했나?

나는 요즘 강의나  엄마 하소연을 듣다 보면  남편은 화성에서 왔지만  내 아이는 이름 모를 별에서 왔다고 생각하라고 말하곤 한다.  화성에 대해서는 정보가 있지만 이름 모를 별에서 지구로 온 우리 아이는 이방인이고 정보가 없으니 누가 맞춰야 하나? 그래도 지구에 왔으니 여기에  살고 있는  내가(엄마) 아이에게 맞추기 쉽다. 


아이와 제일 궁합이 안 맞고 부딪치는 3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공부하고 놀기&놀고 나서 공부하기

이 부분에서 엄마랑 아이는 제일 많이 부딪친다. 아니 매일이 전쟁인 듯하다 

대부분의 엄마는 공부를 다 해 놓고 (학교 숙제, 학원 숙제, 엄마랑 하는 공부)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놀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안다. 이걸 다 하고 나면 놀 시간이 없고, 설령 놀려고 해도 놀 아이들이 기다려 주지 않고 , 피곤해서 놀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엄마들의 입장도 이해는 충분히 간다. 우선 할 일들이 노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꼭 해야 할 일이며 노는 것은 안 해도 되는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놀고 나서 정말 엄마가 만족할 만큼 다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그래서 할거하고 놀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와서도 책상에 앉아 있다고 바로  공부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공부량을 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집중해서 하고 싶을 때 결과물이 나온다. 그냥 멍 때리거나 딴짓하면서 시간을 잘도 보낸다. 한 시간이 지나도 문제 몇 개 풀어놓는 게 고작이다.  심지어 한 시간 동안 문제 하나 안 풀고 있는 아이도 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 불쾌한 기분을 갖고 학원에 오면 공부하자고 해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로 내세운다. 재미있게 놀 수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학원에 와서도  자꾸 딴짓하고 집중하지 못한다. 

유독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은 일정 시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게 해야 한다. 처음부터 엄마 마음대로 하면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먼저 놀게 하되 그 대신 오늘 해야 할 일을 먼저 상기시켜 주고 (이때 갑자기 양을 늘리거나 조건을 새로 만들면 안 된다. 이건 아이 입장에서 엄청난 반칙이다.)

먼저 놀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오늘 할 일을 다 못하거나 하긴 했는데 내용이 지나치게 부실하면 다음부터는 엄마 말대로 먼저 할 일을 다하고 노는 것으로 약속을 받고 허락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이에게 책임도 물을 수 있고, 자신의 문제점도 알아차릴 수 있다. 괜한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2. 읽기형& 쓰기형 

아이들은 공부하는 성향이 읽기형에 가까운 아이가 있고 쓰기형에 가까운 아이가 있다.

읽기형은 일단 쓰는 것을 싫어하고 공부를 할 때도 전체적인 줄기를 잘 잡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위주로 공부한다. 비교적 이해력도 좋고 중심 내용도 잘 찾으니 공부만 하면 성적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시험에 나올 것 같은 세세한 부분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암기해야 하는 것도 잘 안 한다. 그래서 시험공부를 했고 시험도 잘 본거 같은데 정작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다. 그래서 엄마는 교과서, 참고서를 자세히 보라고 잔소리한다. 만약 엄마가 쓰기형이라면 아이랑 부딪친다. 노트에 쓰면서 공부해야지 쓰지도 않고 눈으로 공부하는데 외워지겠냐고  한없이 잔소리할 수밖에 없다.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가 이해도 안 되고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너무 싫다. 이런 아이들은 과목에 대한 호불호도 강하고 과목별 성적 차이도 크다. 

쓰기형인 아이들은 일단 노트를 정리해야 공부한 것처럼 느껴진다. 노트 필기도 잘하고 노트만 보면 공부를 잘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공부량이 많아지거나 시험 범위가 많으면 미처 공부를 끝내지 못하고 시험을 보는 경우도내 있다. 읽기형 엄마는 이런 아이가 답답하고 자꾸 이해 먼저 하고  이해가 된 것은 넘어가라고 잔소리한다. 그러나 그 잔소리는 문제의 원인을 모르고 내 입장에서 잔소리한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 읽기형인 애들은 시험에 틀린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설득하기 쉽다. 쓰기형인 애들은 안 쓰면 불안하기 때문에 정리하는 방법을 바꿔주고 과목별 정리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예습보다 복습이 좋다. 예습을 하라고 하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개념 잡기도 힘들다. 

엄마 입장에서 잔소리하지 말고 아이 성향을 살펴보고 아이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 줘야 한다. 엄마 방법을 아무리 강요해도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3. 자유로운 영혼&범생 스타일 

엄마는 범생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범생들이 공부를 잘했다.  지금 아이들은 범생은 부럽지도 않고  답답하다 생각하고 범생이면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보다 노는 것 같으면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엄마 방식대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엄마 잣대를 들이대면 갈등은 심해진다. 엄마가 범생이고 아이가 자유로운 영혼이면 감당이 안된다. 특히 아들이 그렇다면 더 당황한다. 그런데 이런 엄마를 아이도 답답해하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아이는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고 엄마는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중요한 것은 안 바뀐다고 맞선다. 그러나 공부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공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관점도 많이 다르다. 좋든 싫든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자유로운 영혼의 아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지지하고 믿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런 경우는 정말 다행이다. 범생 엄마보다 훨씬 재미있게  살 수도 있다. 엄마는 자유로운  영혼인데 아이가 범생이여도 서로 힘들다. 


엄마가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생각과 방식을 강요할 때 아이와 갈등할 수밖에 없다. 아이는 당황스럽고 엄마 말을 따르려니 힘들고 짜증도 난다. 엄마는 자신의 뜻대로 안 되는 아이가 야속하고 화가 난다. 그러나 처음부터 내 아이는 내 의도대로 내가 바라는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앞으로' 멋진 신세계'처럼  그리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도 엄마 아이 모두 행복하고 갈등 없이 잘 맞기만 할까?

지구에 온 아이를  내가 초대했으니 내가 그를 손님으로 맞이하고 맞춰 가는 것이 훨씬 쉽고 궁합도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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