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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Mar 15. 2021

친구야 인내력도 나이를 먹나봐

편한 친구 좋은 친구

같은 여중고를 거쳐 대학은 달랐던 4명의 친구가 있다. 

전국을 누비고 싶어 지리학과에 간 친구덕에 처음 가보는 산만 골라서 다니곤 했다.

각자 결혼을 하고 바쁘게 살면서 만남은 좀 뜸해졌지만 서로 안부는 잘 챙기고 지냈다. 

세명은 무던한 성격에 맏딸이라 성향이 비슷비슷했다. 

막내이면서 오빠만 있던 한 친구는 매사에 튀는 아이다. 

칼국수 먹을까? 하면 세명은 그래 괜찮아 하고 쉽게 정해진다.

내가 칼국수를 좋아하지 않아도 한끼 정도 먹는 거야 뭐 하는 식이다.

희성이는 “그럼 너네 칼국수 먹고 나는 짜장면 먹고 올 테니 먹고 여기서 만나”하며 혼자서 중국집으로 가는 친구다.

산을 가도 정상까지 가자는 우리와 굳이 그렇게 해야 하냐는 친구였다. 

이렇게 달라도 우리는 희성이는 원래 그래하고 넘겼다. 그러면서 30년 넘게 잘 만났다. 

한번은 가벼운 산책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갈 때 나는 급한 일이 생겼다는 남편 전화를 받고 먼저 오고 친구 셋이서 밥을 먹으러 갔다. 

기서 사단이 난 것이다. 

후식으로 식당에 있는 간이 카페 야외에서 그냥 마시자는 친구들과 희성이는 음식 냄새가 나니 자리를 옮기자고 우긴 것이다. 

커피는 분위기라는 그 친구 의견에 마지못해 따라준 것 같다. 

그러면 커피값은 자신이 낼 줄 알았던 친구들은 커피값도 안내는 친구 땜에 드디어 그간 불편한 감정이 올라온 듯하다. 

그리고 두 친구는 이제 그 친구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나이에 만나면 스트레스 받는 친구를 왜 만나냐며 나에게 열 받은 심정을 토로했다. 

나는 그 자리에 없었으니 너 네가 알라서 하라고 했다. 모임 날짜가 다가오고 또 만났다. 

그만그만한 분위기에 서로 헤어졌다. 

그런데 카톡을 주고받다 희성이가 “너희들 이상하다”하며 휙 나가 버렸다. 

전에도 그랬다. 가장 부딪치던 친구가 나보고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그래도 만난 세월이 얼만 데. 

그리고 네가 가장 그 친구 랑 안 부딪치니 네가 연락하면 다시 나올 거라며. 

희성이는 친구도 별로 없잖아.”  

친구를 위한다고 하는 말에 나는 더 내키지 않았다


“네가 희성이 만나서 또 스트레스 받고 신경 쓰일 것 같으면 만나지마. 

이번엔 희성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자. 

사람 쉽게 안 변해 그리고 이제 우리도 그 친구 예전처럼 안 받아줄거잖아 “

전화한 친구가 뻘쭘해하며 끊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고 더 친한 것도 아니다

그 친구는 정작 달라진 게 없는데 내가 못 봐주는 건가? 

아님 이제는 그 피곤함을 친구지만 참아내기 힘들어 하는 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전혀 달라지지 않은 친구가 불편한건지. 

지금까지 기다려 줬는데 한결 같은 친구가 너무하다 싶은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 이제는 그런 인내력이 나이를 먹으니 귀찮아진 듯하다. 

매번 따지던 친구도 진을 빼고 싶지 않고, 

'걔는 왜 그러니' 하며 뒷담화를 하던 친구도 이제는 시들하다. 

그 친구를 다시 카톡으로 불러들일 일도 아니다.

옛정이 있으니 나보고 그 친구 연락을 해보라고 하지만 그것도 빈말일 가능성이 크다. 

‘뭘  그렇게 까지’ 하고 넘기면 된다. 


만나서 그냥 편하고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랑 편하게 만나고 싶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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