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랩엔 투박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꼭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멸시를 받는 듯하다.
그 사람은 서투르다.
몸짓 하나하나에 어리숙함이 깃들어있다.
그 모습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의 서투른 면에 자꾸만 장난을 건다.
서투른 그는 모든 장난에 성실히도 대꾸를 한다.
그런 그를 보며 사람들은 그 어리숙함에 마음의 위로를 받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일할 때 까지도 서툰듯하다.
사수에게 혼이 나고, 교수님에게 혼이 난다.
그와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에게 그는 힐링이지만,
그의 윗사람들에게 그는 무능한 사람인가 보다.
가끔씩 그의 사수 혹은 다른 박사과정생이 그를 언급할 때면,
그 말에는 조금씩 멸시가 섞여있다.
그는 무시를 당하고 있다.
그의 서투름 때문에 그는 무시를 당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꼭 나를 보는 것 같나 보다.
K는 나에게 투박한 사람이라 했다.
서투르고 투박하지만 솔직한 사람, 그게 나라고 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투박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고
나 또한 그렇다.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까.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멸시를 받을까.
나는 사람들로부터 저렇게 보이는 걸까.
저렇게 무해하고도 만만하게 보이는 걸까.
난 무해한 사람을 사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연민한다.
꼭 나 같아서.
서투르고 어리숙하고 무해하고,
그래서 이용당하기도 쉽고 멸시당하기도 쉽고.
그런 사람들.
그런 불쌍한 사람들.
그래서 그의 하루가 조금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건 그를 위한 기도, 그리고 나를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
이 세상의 모든 투박한 사람들의 하루가
조금 더 완만하고 소박하게나마 행복해지기를.
나는 바보 같은 너와 나를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