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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9일 - 투박한 사람

by 휴먼

우리 랩엔 투박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꼭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멸시를 받는 듯하다.


그 사람은 서투르다.

몸짓 하나하나에 어리숙함이 깃들어있다.

그 모습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의 서투른 면에 자꾸만 장난을 건다.

서투른 그는 모든 장난에 성실히도 대꾸를 한다.

그런 그를 보며 사람들은 그 어리숙함에 마음의 위로를 받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일할 때 까지도 서툰듯하다.

사수에게 혼이 나고, 교수님에게 혼이 난다.

그와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에게 그는 힐링이지만,

그의 윗사람들에게 그는 무능한 사람인가 보다.

가끔씩 그의 사수 혹은 다른 박사과정생이 그를 언급할 때면,

그 말에는 조금씩 멸시가 섞여있다.

그는 무시를 당하고 있다.

그의 서투름 때문에 그는 무시를 당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꼭 나를 보는 것 같나 보다.


K는 나에게 투박한 사람이라 했다.

서투르고 투박하지만 솔직한 사람, 그게 나라고 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투박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고

나 또한 그렇다.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까.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멸시를 받을까.

나는 사람들로부터 저렇게 보이는 걸까.

저렇게 무해하고도 만만하게 보이는 걸까.


난 무해한 사람을 사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연민한다.

꼭 나 같아서.

서투르고 어리숙하고 무해하고,

그래서 이용당하기도 쉽고 멸시당하기도 쉽고.

그런 사람들.

그런 불쌍한 사람들.


그래서 그의 하루가 조금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건 그를 위한 기도, 그리고 나를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


이 세상의 모든 투박한 사람들의 하루가

조금 더 완만하고 소박하게나마 행복해지기를.


나는 바보 같은 너와 나를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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