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의 마마

에콰도르에서의 홈스테이

by 만개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 이렇게 망설여지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에콰도르에 온 지 하루 만에 사무소는 나를 제비로 뽑은 홈스테이 집 앞에 두고 떠나버렸다. 환경도 언어도 사람도 모든 것이 낯선 이곳에서는 철조망으로 된 문마저 낯설게 느껴진다.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집의 문이 열리자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반가운 얼굴로 반겨주셨다. 한 달 동안 닳고 닳도록 배운 인사말을 뽐내었더니 할머니의 스페인어는 더 빨라지기만 했다. 많은 말과 빠른 말 모두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눈치챈 할머니는 서툰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천천히 이야기했다. “여기는 이제 너의 집이야. 한국에 엄마가 있니? 여기에선 내가 너의 엄마야. 앞으로는 ‘마마’라고 불러.” 그러고는 손을 잡고 구석구석 집을 소개해 주었다.


마마와 아침을 먹을 때는 ‘숟가락, 젓가락, 포크, 나이프, 테이블’ 등등 부엌에 있는 모든 단어를 알려주신다. 하지만 다음 순서는 이것저것을 들고선 ‘이건 이름이 뭐지?’라는 질문이다. 대답을 못 하거나 못 알아들었을 때면 마마는 손사래를 치고, 답답함을 가득 담아 하늘 높이 손을 쭉 뻗고는 “Español!” 이라고 외친다. 또는 “mañana! (내일)”, “Poco a poco! (조금씩 )”를 반복해서 말한다. 아마 내 맘대로 해석하길 ‘스페인어 공부를 열심히 해라!’, ‘내일 다시 말하겠다!’, ‘조금씩 하면 된다.’라는 간단하지만 가장 큰 마마의 세 가지의 리엑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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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운지 1달. 답답한 건 나도 매한가지이다.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번역기를 사용하는데 마마는 번역기를 손에 드는 순간 그동안 내가 못 알아들었던 말들을 모두 쏟아 낸다. 2문장 이상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없는 번역기 때문에 대여섯 되는 문장을 방에 들어와 여기저기 뜯어도 보고 찾아도 보며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약 일주일 만에 생긴 지구 반대편의 마마는 내가 학원에서 배워온 스페인어를 구사하면 엄지 두 개를 번쩍 들고 “Espanol~”하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새벽에 배앓이로 깬 나를 열이 나지는 않는지 여기저기 만져보며 약을 사다 주고 아침저녁을 신경 써 준다. 외국생활이 가져다주는 낯섦을 익숙함으로 달래주는 지구 반대편의 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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