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 Yo también!

by 만개

가정방문 후 작성하는 사례관리지에 여성 직업란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직업은 ‘Ama de casa(주부)’이다. 어느 마을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인디헤나 공동체는 남성우월주의적이다. 가톨릭을 국교로 삼고 있어 낙태가 불법화되어있기에 한 가정에 자녀 수가 많으면 10명 남짓 된다. 여성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남성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성과 결혼하길 원하며, 미혼모가 상당수 있다.

이곳에서 내가 자주 들은 말은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매너가 좋다.’라는 말이다. 이들에게 ‘매너’란 내가 들 수 있는 짐들을 대신 들어주고, 먼저 길을 열어주는 것. 그저 살사댄스를 추듯 남성의 리드를 따라 움직이길 원한다. 여성과 장애인은 그저 ‘보호’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레이나를 뽑는 무대 위에서 여성들은 성차별을 폭로하고, 관객들은 그녀들의 용기에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레이나 대회는 좀처럼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레이나를 선정하고, 선정된 레이나는 그 마을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들은 약 1년 동안 마을의 합법적인 ‘봉사자’가 될 뿐이다

사라구로 레이나

사라구로 축제에 늘 등장하는 WIKI는 대다수 남자들이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역할이다. 미친 사람처럼 마을을 휘저으며 축제를 즐기고, 그 ‘미침’의 대상은 늘 ‘여성’이 된다. 껴안고, 입을 맞추고,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온갖 만행들을 저지른다. 또한, 많은 이들이 처음 보는 나에게 남자 친구의 유무를 묻는 것은 기본, ‘내가 네 남자 친구 할게’라는 말은 옵션. 동양인이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지나갈 때마다 휘파람을 불어댄다. 어깨를 쪼물 딱 대고, 윙크를 날리며, 뺨과 허리를 쓰다듬는 것이 당연시되는 이곳이다.

WIKI 위키들

많은 사람들이 ‘와, 거기 진짜 심하다. 외국인이라고 너무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한국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에콰도르에 오기 전, 성 평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지만 성추행, 성희롱, 성폭행을 그저 ‘조심’ 해야 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 방법에는 짧은 옷을 입지 않는 것,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는 것, 소매치기를 만나면 모든 물건을 내어 주는 것. 이것이 내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이어서 강사는 성매매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덜하거나 더하지도 않은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여성인권이다.

손석희 앵커가 서지현 검사의 계속되는 폭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른 분야에서는 그렇게 날카롭게 질문을 던지던 그가 당황함과 어처구니없음을 계속 드러냈다. 이 사건은 당황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 문제를 정말 모르고 살아왔다면 이 또한 권력일 것이다. 몰라도 잘 살아갈 수 있었던 그들의 권력. 공기처럼 물처럼 흔하디 흔한 이 폭로가 이토록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용기를 내준 서지현 검사에게 감사하며, MeToo의 연대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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