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깃들어 살아가는 방법
가까운 도시에 터널이 하나 생겼다고 구경 가는 이들에게 만약 터널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했더라면, 안데스 산맥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 산맥을 굽이굽이 넘고, 구름 속을 몇 번이나 통과해 왕복 18시간 이상을 달릴 땐, ‘터널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버스 창가의 풍경이라지만, 내 몸이 조금이라도 힘들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일지라도 무뎌지거나, 익숙해지거나 둘 중에 하나. 그리고 나는 짧은 6개월 동안 에콰도르 자연에 익숙해진 것이 아닌, 무뎌졌다.
교회만 약 50개인 Cuenca도시에서 Semana santa를 보내며, 끊이지 않는 십자가를 진 예수의 행렬을 보았다. 하지만 촛불을 들고 행렬에 참여하는 것보다 자연에서 만나는 신의 존재가 나를 더 침묵하게 만든다. 해발 4000m에 위치한 Cajas 국립공원은 짧은 시간동안 수십 번도 더 바뀌는 날씨덕에 땅이 비에 젖었다가 늪지대로 변했다가 금방 다시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에 젖은 돌멩이들이 마르고, 산과 호수 틈새로 햇빛이 쏟아진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이곳은 등산로조차 듬성듬성 있는 분홍 돌멩이 조각을 찾으며 길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그리고 하루에 92명만 입장 가능하다는 이들은 규칙은, 이곳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공원의 지반이 영향 받지 않은 인원, 92라는 계산된 숫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이 아닐까싶다.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제안 받았지만, 거부했다는 이곳. 에콰도르 경제 상황으론 관광객을 쓸어 모아도 부족할 판에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람보단 자연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곳곳에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외침이 존재한다. 지구 상 마지막 남은 야생동물의 피난처라는 ‘갈라파고스’의 땅이 일부 매물로 나왔을 때, 그 땅을 사버려 갈라파고스 최초의 민간 보호구역으로 만들어 영구히 보호하자 했던 이들의 목소리. 이들은 안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겹고, 위대한지. 아마, 터널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되었다 해도 이들은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도로를 내지 않을 것이다.
부활 주일을 지내고, 4.3사건을 마주하는 오늘 익숙함과 더불어 자연과 깃들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