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벌주가 아니다. 한 방울 한 방울 정성스레 제조된 한 잔의 칵테일이다. 영혼까지 얼리는 차가운 맥주 없이는 견디기 힘든 이 계절, 초간단 레시피의 멕시칸 맥주 칵테일 ‘미첼라다 Michelada’를 소개한다.
미첼라다 무슨 뜻?
미첼라다의 탄생에 관한 가장 유력한 썰은 두 가지다. 수도 멕시코시티를 기준으로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 ‘산 루이스 포토시 San Luis Potosí’의 한 스포츠 클럽의 회원이었던 ‘미첼 Michel’은 늘 bar에서 잔에 맥주와 라임, 소금, 얼음을 함께 넣어 빨대를 꽂아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 레시피는 곧 클럽 회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미첼의 레모네이드 limonada [리모나다]’라는 뜻의 합성어 ‘미첼라다Michelada’라고 이름이 붙여지며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는 썰, 그리고 조금 덜 드라마틱 하지만 멕시코에서 맥주를 부르는 용어인 ‘첼라 chela’와 ‘나의 mi’, ‘얼린 helada [엘라다]’가 모두 합쳐져 미첼라다가 되었다는 썰이있다. 1960년대에 탄생한 이 음료는 오늘날 국경을 넘어 날씨가 덥고 라임이 있는 곳이라면 라틴아메리카 어디서든 즐기는 맥주 음료가 되었지만, 그 기원이 어찌 됐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미첼라다가 분명한 멕시코의 발명품이자 자부심이라는 것이다.
맥주에 핫소스를 넣는다고?
내가 처음 친구들에게 미첼라다를 만들어 주었을 때 나는 유튜브로 레시피 인증까지 해야 했다. 맛도 모양도 술자리 게임에 등장하는 벌칙주 같다며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눈치. 하지만 진짜다. 멕시코 술집에서 미첼라다를 주문한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으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여러 지역에서 음용 되는 만큼 그 레시피는 조금씩 다르다. 과일이나 채소를 썰어 넣기도 한다.
대체 이 맥주는 왜 이리 빨간 것일까? 요리 정보를 주고자 하는 목적의 글이 아니므로 빨간색의 비밀을 풀어줄 그 재료만 나열하도록 하겠다. 기본 준비물은 입술이 닿는 컵의 가장자리에 소금+고춧가루를 묻힌 잔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라임즙, 핫소스, 토마토 주스, 살사 잉글레사(돈까스 소스와 유사) 등과 라거 맥주를 섞는다. 이렇게 빨간 것들이 잔뜩 들어가니 당연히 맥주도 빨갛다. 여러분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맛이듯, 나 또한 글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다. 그러나 맵고 신맛이 나는 맥주란 상당히 매력적이며 멕시코에 간다면 꼭 시도해봐야 할 메뉴로 강력 추천한다. 생각보다 이상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 맛있음에 가까운, 어쩌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중독성이 있다.
우리에게 미첼라다는 생소한 것이지만 이미 맥주와 라임의 조합에는 익숙하다. 바로 멕시코 맥주 ‘Corona 코로나’ 덕분이다. 라임이 비싼 우리나라에서는 레몬으로 대체되었지만 맥주와 라임을 곁들이는 멕시코 현지의 문화가 중요한 글로벌 마케팅의 포인트가 되어 우리나라에도 전해진 것이다. Grupo Modelo사의 코로나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로 멕시코 내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다. 2위는 ‘Tecate 떼까떼’ 3위는 ‘Modelo 모델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