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원사원 딱지를 떼고 대리가 되었을 때,
내 몸은 너무 미끄러웠다.
온몸에 기름으로 덕지덕지 발라져있었지만,
난 개의치 않고 일만 잘했다.
그래서 내 곁엔 아무런 직원도 오지 못하고
다들 미끄러져 나갔다.
"에효 저 대리님은 일은 잘하는데 주변에
직원만 들이면 다 미끄러져 나가니 언제
팀장 달아서 승진할고... 쯧쯔"
내 주변에서 안타까움 한 스푼과
걱정 한 스푼이 더해지며 안 좋은 소문만 늘어갔다.
난 내 몸에 흐르는 기름을 제거하기로 했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혼자선 한계가 보였다.
갈고닦고 씻어내고, 또 짜내고, 깎아냈다.
근데 너무 무리해서 닦은 게 문제였을까?
이젠 내 몸이 너무 뾰족해져서 가시가 돋았다.
앞뒤, 좌우에 가시가 돋더니
혀도 날카로워져서 가시 돋친 말을 뱉어냈다.
내가 곁에 가도, 내 곁에 와도
나의 팀원들은 모두 상처 투성이가 되어
실려나가고 내 곁에서 멀어졌다.
난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다.
부리나케 거시를 걷어냈다.
자르고 꺾고 뽑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나랑 함께 일할 직원들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내 몸에 돋은 가시를 더 없애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중간관리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내 열정도 함께 꺾였다.
오랜 시간 버티며 회사를 다니던 나는
이제 아무런 열정 없이 이 자리를 지키는 게 목적이 됐다.
예전에 열정을 갖고 일하며 온 몸이 땀에 젖어 기름이
흘러내리던 그 직원은 없다.
꼭 이 기기 위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몸에 가시가 돋도록
치열하게 경쟁하던 그 직원은 없다.
대체 저 부장들은, 임원들은, 사장은 어떻게 되는 거지?
저 사람들은 대체 나랑 뭐가 다르기에 아직도 저렇게
치열하게 경쟁하는지 나는 이제 더 이상 알지 못한다.
난 일 잘하고 경쟁에서 이기면 계속 열정 다해 회사에서
일하고 그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행복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풋 그건 내가 살기 위해서 내가 나한테 한
혼이 담긴 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