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이야기, 퇴사지옥, 홀로서기
이제막 회사를 그만두고 1~3일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도의 시간은 장기 연차나 휴가정도로 느껴질 정도로
몸이 많이 경직되어 있고 피곤했나보다.
늘 나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루틴으로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가고 책상앞에 앉는다.
조금씩 달라지는 점은 이제 진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루틴에 맞춰 짜여진 일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밖에 비가오는지 눈이 오는지 관심이 없다.
어차피 난 안나가면 그만이니까~
이제 슬슬 내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건지
전 직장동료, 전전 직장동료와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이어진다.
"진짜 퇴사한거 맞아?"
"왜 퇴사했어?"
"이제 뭐할꺼니?"
나는 한결같이 대답해주지
"나? 아무것도 계획이 없어, 그리고 아무거나 할 수 있는건 다할꺼야!!"
"근데 내가 뭘 할 수 있으려나????"
10년동안 조직생활에 억매였던 사람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와
혹은 뭘 잘할까라는 고민은 하고 그만뒀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무계획이다.
회사를 나가야겠다는 계획만 있었지만, 그 다음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는, 어떤 업무를 맡고 싶다는 의지는 있지만,
직접 내가 회사를 꾸려서 일을 실행하면 성공할 자신이 있는지와는 별개다.
나는 이런 생각만 몇년을 하며 그렇게 꾸역꾸역 똑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쉬면서 다른 일을 찾거나 직장을 찾거나 그런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왜냐면 나에겐 빛을 보지못할때 까지 일을하게 만드는 빚이있으니까
지금 당장 생계를 위하여 계속 몸을 움직이고 있다.
우선, 내가 안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중고마켓에 올리면서 쏠쏠하게 물건도 정리하고 주변도 정리하고 일석이조다.
밀린 운동도 하고, 책도보고 쉼없이 쉴자리를 꾸미고 있다.
담주부터는 아주 사소한건데 아주 소중한거 하나씩 하려고한다.
1. 평일에 휴대폰끄고 이불속에서 점심때까지 밍기적대기
2. 점심에 삼겹살에 소주먹고 잉여놀이하기
3. 해볕이 좋은날 공원에 가서 아메리카노 마시다 잠들기
4. 줄서는 식당에 한가할때 가서 식사해보기
5. 점심에 배를 채우기가 아니라 맛을 느끼며 식사해보기
6. 아내 퇴근시간에 맞춰 마중나기기 (셧다맨처럼 ㅋ)
7. 노트북 들고 동네 도서관가서 브런치에 글쓰기
8. 텅빈 지하철, 버스타고 시내구경해보기
9. 밤새 OTT영상보고 리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