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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먹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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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Jun 07. 2016

몽글 몽글 마음까지 따듯한 스프

잊어버린 어린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 그릇


어렸을 때는 엄마가 스프를 가끔 해주셨었다. 때로는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했고, 가끔씩은 돈까스집 분위기를 낸다며 돈까스와 함께 해 주시기도 했다. 부드럽고 뜨듯한 식감의 스프는 어린 나와 동생의 입맛에 제격이었고, 스프를 하는 날은 엄마 옆에 붙어 완성될 때 까지 지켜보곤 했었다. 스프가 완성되면 우리는 빵을 담구어 먹기도 하고 밥을 말아먹기도 했다.


집에서 먹던 스프는 항상 분말 스프였으므로 조리 과정역시 어렵지 않았음에도, 엄마는 아빠가 스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프를 자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스프는 왠지 '특별식'이라는 느낌이 있었고 동생과 나는  아빠가 늦게 오는 날이면 엄마에게 스프를 먹자며 졸랐었던 기억이 있다.




엊그제 마트에 다녀왔다. 마트 한 켠에 즉석 요리 식품들과 더불어 스프를 판매하고 있었다. 왠지 저기에 자리잡은 스프가 꼭 어렸을 적 내 기억이 앉아있는 것 처럼 보여 나도 모르게 한 팩을 집어왔다. 물론, 아주 친근한 오뚜기 스프로.



레스토랑에서는 스프가 메인 취급을 못 받지만, 분명 어렸을 때는 스프가 밥 대신이었다. 언젠가부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스프가 나오면서 요즈음은 아침 대용으로,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자리잡았다. 나 역시 기숙사 생활을 할 때 간단히 밥 대신 먹기도 했었다. 특히 겨울엔 따듯하고 고소한 스프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다. 아직은 아침엔 조금 선선한 요즈음, 스프 한 그릇 하기에 딱 좋은 것 같다.


그냥 끓인 스프만 먹으면 당연히도 포만감이 적기 때문에, 집에서 먹을 때는 꼭 식빵을 곁들인다. 빵은 큐브 모양과 기둥 모양으로 잘라주고, 기름 없는 팬에 살짝만 태워 바삭하게 준비해놓으면 좋다. 고소함을 더하기 위해 치즈를 첨가하면 좋은데, 일반 네모난 치즈 말고 슈레드 치즈 (분쇄형 치즈)를 쓰면 알맞게 즐길 수 있다.



뽀얀 노란색의 옥수수 스프 완성. 옥수수 스프는 부드러운 스프와 톡톡 터지는 옥수수 알갱이가 잘 어울린다. 거기에 살짝 구워준 식빵은 바삭 바삭 하면서도 스프가 스며들어 부드럽다. 스프만 먹을 때 보다 훨씬 더 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다양한 식감이 입 안을 즐겁게 만든다.


한 끼 식사로도 매우 괜찮은 스프. 양송이, 쇠고기, 옥수수, 브로콜리 등 맛도 정말 다양해서 매일 아침 먹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도 쉽고 치울 것도 많지 않아 편하다.


분말 스프를 이용하면 편하긴 하지만, 이런 즉석 식품이 싫은 사람은 직접 만들어 먹어도 괜찮다. 특히나 다양한 레시피가 인터넷에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재료만 있다면 취향에 맞는 스프를 만들면 된다. 기본적인 스프부터, 다양한 효능이 있는 스프까지! 심지어는 다이어트 스프도 있다고 하니 자신에게 맞는 스프를 먹자.



약간 태운 바삭한 빵은 몽글 몽글한 식감의 스프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빵은 많이 눅눅해지지 않도록 한꺼번에 넣지 않고 조금씩 띄워 먹는 게 좋다. 시간이 너무 지나면 눅눅함을 넘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이다.


그냥 식빵을 넣는 것도 좋지만, 따끈한 스프에 너무 빨리 녹아 씹을 거리가 없어져버린다. 식빵을 약간 태우면 바삭함이 훨씬 더 오래 갈 뿐 아니라 식빵의 고소함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후식으로는 가공 된 디저트류 보다는 상큼한 과일을 준비하면 좋다. 부드러운 스프 후에 상큼하고 달달한 과일을 먹으면, 한 끼를 잘 마무리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혼자 밥을 먹을 때 귀찮은 사람들이나, 왠지 오늘은 어렸을 적 먹던 그 맛이 끌리는 사람들은 간만에 스프 한 그릇 먹어봐도 좋을 것 같다.


완전한 여름이 오기 전에, 조금 쌀쌀한 아침엔 스프로 속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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