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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Aug 19. 2016

바람

세간에서는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들려오는 소리들만 벌써 여럿, 아무래도 가시질 않는 더위 님 탓 아니겠냐고 말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 없이 심각한 듯하다. 나의 나태는 아마도 평온함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호흡을 해 봅시다. 후읍- 하아. 이렇게 세 번을요. 마음이 편안해 질 겁니다.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발표를 하기 전에, 혹은 누군가와 다투게 되었을 때 마다 나는 잊지 않고 호흡을 했다. 크게 세 번을 들이 쉬면 편해 질 거라는 말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었으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기에 이보다 간단하고 편한 주문이 없었다. 아마도 플라시보 효과겠지, 하면서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나은, 딱 그 정도 주문.    


누군가가 싸우든 말든, 이라고 말하기엔 몇 해 전 나도 분명 그렇게 싸워왔다. 어떤 문제든 피하지 말고 직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또 행동했다. 그 땐 그게 어느 상황에서도 맞는 줄 알았다. 세계가 좁으면 그렇게 착각을 하고 만다. 거짓말처럼 영역이 늘어나고 나면 그제야 깨닫는다. 그 때 참 멍청한 짓을 했구나. 내가 살고 있던 곳이 전부는 아니었구나. 내 즐거울 대로 사는 것만이 편한 것은 아니었구나.    


그러면 언제부터 싸움을 싫어하게 되었나. 우스운 질문이다.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단지 나는 문제가 일어났을 때 회피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뿐이다. 그래도 꼭 대답을 하자면 내 세계가 옹졸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이다. 혹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겨도, 누군가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그저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되었다. 굳이 집고 넘어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러든 말든 수준 낮은 비웃음에 맞설 만큼 우스운 사람이 아니니까. 때로는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지만, 어떤 때는 그저 눈을 감고 가라앉히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야만 하는 문제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평온하고 싶다. 당장에 웃고, 지난날을 기록하고, 미래를 그리는 일도 벅찬 나는 그저 매일을 지나치게 평온하고 싶다. 누구에게도 미안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 내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불씨가 큰 불씨가 되기 전에, 구경하지 말고 불을 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바람이 시원해진다. 마음 속 깊이 심겨 있던 열기를 이제 이 바람이 식혀주지는 않을까 바란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더라면 하고, 힘껏 더 시원한 바람이 오기를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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