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덕분에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났고 그러나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사실조차 내 일부분이 되어버린 것이다 콱 박혀버린 것이다
모래를 쑤셔 넣는 게 아니었는데
아침의 태양 앞에서 손에 잡힌 작고 무수한 알갱이들
주머니에 막무가내로 쑤셔 넣었다 기억은 상해도 모래는 상하지 않겠지 시간은 변해도 모래는 변하지 않겠지
그 날의 말은 그 날에만 의미가 있다 내일이면 우리는 또 아무런 기억이 없는 사람들처럼 서로를 바라보겠지 모래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지도 모른다
그것은 작아서 주머니를 뒤집어 탈탈 털어내어도 자꾸만 손에 잡히는 것이다 저절로 주머니 속에 자리잡았고 끊임없이 손끝에 달라붙었다
모래를 쑤셔 넣는 게 아니었는데나는 이제 잊을 수가 없고 진작에 없어진 의미들을 기억하는 건 정말로 모래 뿐이 없었다
기억은 상해도 모래는 상하지 않았고 시간은 변해도 모래는 변하지 않았다
모래를 쑤셔 넣는 게 아니었는데
조각보
일곱 살 때의 기억인 줄로만 알았던 게 알고 보니 두 살 때의 기억이다 그러면 일곱 살 때는 할아버지가 없던 거야 분명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내가 세 살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나를 업고서는 마을을 그렇게나 뱅뱅 돌았는데 나는 할아버지의 등 위에서 밥도 먹고 산책도 했는데 그건 두 살 때, 그러면 엄마가 손수건으로 이빨을 닦아준 건 언제였는데 그건 돌 땐데 어떻게 기억해 나는 그게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그런 줄 알았지 노란색 테두리가 둘러진 흰색 천 손수건으로 입안 구석구석을 닦아주던 게 기억에 선명한데, 홍수가 났던 건 언제지 아빠가 허리까지 오는 물을 헤치고 하수도를 뚫으러 간 건 나랑 동생이랑 손 꼭 붙들고 기도를 했지만 사실 둘이 조금은 재밌어 했던 거는, 삼촌은 언제부터 아팠던건데 마당에 있던 쥐새끼들을 보고 엄마가 기겁을 했었는데 그걸 삼촌이 다 내쫒아 버렸지 나는 아직도 장난치던 삼촌 얼굴이 기억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