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나 많을 줄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튀르키예라는 나라에 대해 한 번 즈음은 관심을 가져본 적 있을 것이다. 고양이의 천국이라 불리는 나라. 나 또한 워낙 고양이를 좋아하다 보니 그 나라에 가면 귀여운 고양이들이 정말 가득할까? 는 궁금증이 있었다.
어렸을 때에는 별 관심 없던 고양이가 어느 순간 미치도록 귀여워지기 시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사는 동네 어느 곳에 작은 어린이 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에 그물 해먹이 밤에 가면 한적하게 쉬기 좋아서 봄 여름밤이면 아주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래로 나도 종종 산책을 하다가 그 공원에 가서 쉬곤 했는데, 그곳에 세 마리의 고양이가 몇 년째 살고 있더란다. 그 고양이들이 나름 동네에선 유명인사라서 그 공원에는 쉬고 싶어 하는 사람과 더불어 고양이를 보러 온 사람들로 밤에는 은근한 핫플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부터는 내가 공원에 가면 그 고양이들이 모래 위에 벌러덩 누워 나를 반겼는데,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고 박박 문대도 가만히 있길래 성격이 좋은 아이들이구나 싶었고 며칠 보다 보니 이제는 내가 올 때마다 왔느냐며 야옹야옹 불러대며 반기기에 그곳에 자주 가 밤마다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은 그 고양이들을 주기적으로 돌봐주시는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아이들이 밥 주는 사람 이외에는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데 이상하다며 의아해하셨고 그즈음부터는 정말 이상하게도 동네가 아닌 국내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길냥이들이 자석처럼 척척 달라붙어 애교를 피워대었다. 주변 사람들이 너 몸에서 고양이 냄새나나 봐!라고 말 할 정도였다. 그 말을 들으니 왠지 그 세 마리의 고양이가 내 몸에 고양이의 무언가를 묻혀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붙어 열심히 몸을 비비적대고, 정수리로 꾹꾹 눌러대고, 발을 붙이고선 냐앙 하고 울고, 크르릉대며 온몸으로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 생명체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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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과거엔 종교적인 이유가 컸다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이 뿌리 깊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서나 자유롭고 어느 곳에서도 사랑을 받고 주는 것이 익숙한 존재들.
미용실에도, 백화점에도, 항구에도 있고 내쳐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내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귀여움 받는 것을 즐기는 존재들.
오늘은 정말 단순히 내가 만난 이곳의 고양이들과의 추억을 말해볼까 한다.
길에도, 닫은 상가 앞에도, 차 위에도 언제나 나른한 표정으로 눈인사를 하는 고양이들. 색도 생김새도 너무나도 다르지만 모두가 귀엽다.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으면 언제나 한 두 마리쯤은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그러다 타깃이 되면 무릎 위에 껑충 뛰어 올라오기도 한다.
카페 사장님이 나와 쫓아줄까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나를 포함한 그 어느 누구도 올라온 고양이를 굳이 내치지 않는다. 무릎에 고양이를 앉혀두고 커피를 마시다 보면 옆 자리의 손님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과도 그 고양이 너무 귀여워! 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찍어갔는데, 어디에 어떻게 올라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커피도 마시고, 디저트도 먹다가 가야 할 것 같아서 내려가라고 툭툭 쳐봐도 뻔뻔하게 힘을 주는 게 웃기다. 4-5월의 이스탄불은 조금 추워서 테라스에 앉아있으면 슬며시 쌀쌀해지다가도 고양이들이 무릎에 앉아있으면 점차 따끈해지기도 했다.
국가에서 혹은 시에서도 집을 만들어주고, 개인이 직접 집을 만들기도 하며 밥도 대량으로 들고 다니며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온 국민이 고양이 돌보미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슈퍼 지붕에 사는 고양이는, 아침엔 2층 아주머니에게 밥을 얻어먹고 기분이 좋으면 내려온다고 한다.
무언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집을 만들어 두기도 한다.
항구 근처의 고양이들은 언제나 생선을 기다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낚시를 하던 할아버지들은 언제나 내게 생선을 주며 고양이 밥을 대신 주라고 말한다.
타이어 가게 사장님은 까만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나를 보더니 그 아이는 최고의 직원이라며 하는 일은 홍보뿐이지만 일을 열심히 한다고 좋아하셨다.
언제나 빤히 보고 인사를 하는 맑은 눈동자.
이스탄불의 여러 동네 중에서 마치 서울의 강남 같은 시실리라는 동네에는 고양이가 많은 공원이 하나 있다. 길에도 고양이들이 많기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단체로 엄청난 수의 고양이들을 관리하고 있어서 이곳의 사람들도 많이 놀러 오곤 하는 공원이다.
사람들은 아픈 고양이에게 약을 주거나, 건강 간식을 만들어주거나, 아기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세심한 케어 또한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공원 어느 곳에 앉기만 하면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처음 이 공원에 갔을 때에는 내 허벅지에 꾹꾹이를 하도 해대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다음부터는 겉 옷과 스카프를 챙겨 다녔다. 오로지 품을 원하는 고양이들을 위해서!
길가에 뚝 뚝 아무렇게나 자리하는 고양이들.
고양이와 관련된 소품이나 작품들도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림의 모양새는 제각각이지만 그 어느 것에서도 고양이를 나쁘게 표현하는 경우는 없다.
고양이 쿠키로 유명한 카페, 고양이를 조각하는 조각가.
도시에는 빈티지 상점이나 고서적을 판매하는 상점이 매우 많은데, 대체로 고양이 한 두 마리 즈음은 꼭 살고 있다.
페리 데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양이는 처음 내 무릎을 밟았을 땐 무릎이 부서지는 줄 알았을 정도로 무거웠는데, 옆을 보니 페리데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의문을 가지고 이 고양이에 대해 물어보았는지 - 아니요, 그녀는 임신하지 않았습니다. 지방 -이라고 단호하게 붙은 안내문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내가 한참 하하 웃어도 지긋이 뉴스를 보시는 서점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저 담배만 필뿐이었다.
이 도시에서 식당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습게도 고양이가 이끄는 식당은 실패한 적이 없다. 본능적으로 신선하거나 맛있는 가게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사람들의 집에도 꽤 많은 확률로 고양이가 있고, 대체로 사람을 좋아해서 끌어안고 잠에 들 수 있었다.
책 위에서 곤히 잠든 고양이.
너무나 뻔뻔한 장소에서 곤히 자고 있으면 사람들이 쿡쿡 찔러보기도 한다.
어린 고양이들은 특히나 사람의 품에서 잠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언제나 이런 경우엔 말했듯이 누군가 내 사진을 찍어간다.
고급 레스토랑이어도 예외는 없다. 음식의 가격이 어떻든 간에 들어와 음식을 달라고 생떼를 필 수 있다. 당연히 손님이 싫어한다면 제지를 해 주지만, 그렇지 않다면 같이 귀여워하다 보니 언제나 레스토랑을 나설 땐 직원들과 친해진 이후였다.
미술관이어도 마찬가지로 예외는 없다. 회전문에서 안 나가겠다고 버팅기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붙잡기도 한다.
미용실에서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처럼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고, 백화점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여행이란 사실 언제나 즐거울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당신은 언제나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매끄러운 쓰다듬 한 번에 고로롱 고로롱 울어대는 소리에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무릎에 앉아 가지 말라고 떼를 쓰는 손짓에 벅찬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