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도 아침을 먹게 만드는 마법
나는 원래가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다. 활동하기 이전에 음식을 먹으면 왠지 더부룩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님의 ‘아침은 먹어야지’ 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가 싫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아침을 먹은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심지어는 호텔에 숙박할 때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도 갈까 말까 하다가 결국 가지 않을 정도이다.
처음 튀르키예 아침을 먹은 건 여행 다음 날 점심이었다. 우연히 누군가의 테이블을 보고선 단순히 궁금해서 자리에 앉았다. 대체로 구성을 인원수대로 판매하기 때문에 혼자 자리에 앉으면 1인분을 가져다준다. 이 곳에서는 커피 보다는 차이와 먹는 것이 익숙하지만 카페인이 필요한 한국인은 커피도 함께 주문한다.
아침 식사에는 가게마다는 조금씩 다르지만, 바게트 혹은 시미트라고 불리는 건조하지만 참깨가 붙어있어 고소한 빵을 한가득 내어주고, 한 접시에 절인 올리브와 여러 종류의 치즈, 햄, 꿀과 카이막, 방울토마오와 오이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과일 잼을 더 챙겨주거나 버터를 챙겨주거나, 다른 과일이 올라가거나 파프리카 같은 게 들어있거나 하는 식으로 집마다 다른 구성을 볼 수 있다.
깔끔하게 먹으려면 이렇게만도 구성할 수 있고, 여기에다가 달걀 프라이나 혹은 메네멘이라고 하는 달걀 볶음 요리같은 것을 추가한다면 조금 더 든든하게 먹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꿀과 오이의 조합이 상상이 가질 않았었지만 한 번 먹어보니 왠지 자꾸만 아침식사가 기다려지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는데, 탄수화물이 적고 씹을 때의 아작한 감동, 바람 선선히 부는 테라스에서 즐기는 아침 식사가 굉장히 몸과 마음을 편안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속이 부드러운 바게트에 꿀을 바르고 그 위에 카이막을 잘 펼쳐준다. 꿀은 달콤하고 카이막은 고소해서 빵과 아주 잘 어울린다. 여기에 겉 껍질을 벗겨낸 오이와 치즈, 짭짤한 올리브로 간을 완성하면 아주 베이직한 아침 식사가 된다. 빵의 맛과 달콤한 꿀의 맛, 고소한 카이막의 맛과 신선하고 아작이는 오이, 짭짤하고 풍미좋은 올리브, 약간 꼬릿한 치즈가 한데 어울려 달고 짜고 고소하면서도 건강한 맛을 만들어낸다. 재료가 아주 많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계속 당긴다.
여기에 때때로 약간은 덜 익은 반숙 계란 프라이를 올리면 고소한 맛이 조금 더 올라가고, 방울 토마토를 올리면 상큼한 맛이 더 올라가며, 과일 잼을 조금 첨가하면 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어 색다르다.
이 곳에는 아침 식사 전문 식당이 꽤 많으므로, 테라스가 마음에 든다거나, 오이가 유독 맛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좋아하는 구성이 있는 곳을 찾으면 아마 그 곳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아침 식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맛에도 있었지만 이렇게 가벼운 포만감을 느끼고 나면 오히려 더 이상 음식이 당기지 않는다는 데에서도 있다. 때때로 짜거나 단 것을 먹고 나면 다시 그 반대의 것을 먹고 싶어서 식사를 하다가 더 먹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는데 놀랍게도 이 식사 이후에는 적절한 포만감과 단 맛을 충족해서 인지 따로 무언가 먹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로 지내기에 좋았다.
꿀의 단 맛, 오이의 씹는 맛과 청량함 때문에 더 이상의 간식이 생각나지 않게 하고, 치즈와 올리브의 짠 맛이 적은 양의 빵과 어우러지면서 탄수화물을 적절히 방어하며 뱃 속에서 굳이 다른 음식을 원하지 않도록 만드는 듯하다.
선선한 날씨에는 테라스가 주욱 늘어선 길거리를 볼 수 있다. 아침 식사 전문 식당들은 특히나 이른 오전부터 테이블을 밖으로 빼어둔다. 일찍이 일어나 대충 옷을 입고 비척비척 걸어 테이블에 털석 앉은 뒤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으면 친절한 웨이터가 활기차게 메라바!(아침인사), 라며 메뉴판을 가져올 것이다. 대체로 고민 없이 아침 식사를 달라고 하면 금새 가져다준다. 때때로 고양이들이 테이블에 찾아와 간절하게 쳐다볼 수도 있다.
이 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으면 때때로 아저씨들이 간섭을 하곤 하는데, 언제나 그들은 말한다. 튀르키예의 아침 식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아침식사라고.
튀르키예 전역 어디서나 꼭 몇 군데쯤은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곳은 식사 후 디저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시럽이나 초콜렛 잼을 곁들여 주는 곳도 있다.
치즈의 종류도 가게마다는 조금씩 달라서 같은 메뉴여도 조금씩 다른 맛이 나며, 빵의 맛도 제각각이다.
접시 위에 나만의 조합을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는 식사이다. 때때로 여러가지를 만들어놓고 한번에 순서대로 먹으면 각기 다른 작은 샌드위치를 먹는 듯해서 질리지 않게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빵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주는데다가 더 달라면 항상 더 주기때문에 배가 충분히 차지 않은 상태로 일어나 본 적이 없다.
구성에 따라 감자 튀김이나 스프링롤을 주기도 한다. 요즘 도시에서는 오이를 추가할 때 돈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대체로 마을에 있는 곳들에서는 오이 정도는 무료로 준다.
이 곳의 오이는 조금 더 아작아작해서 씹는 맛이 있다. 이 씹는 맛 때문에 아침을 깨우기 좋다.
야채는 피망, 고추, 루꼴라, 고수, 딜 같이 푸른 무언가를 내가 생각했을 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끼워 넣는 듯하다.
한 접시에 빼곡히 담긴 구성들을 보고 있자면 왠지 먹기 전에도 청량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때때로 아침 식사를 판매하면서 메네멘(달걀볶음요리) 전문 식당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침 식사 구성보다는 메네멘에 더욱 집중해서인지 구성이 부실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오이와 꿀과 카이막이 나온다면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먹을 수 있다.
꿀 또한 시판 꿀을 쓰는 곳도 있지만 밀랍 꿀을 쓰는 경우엔 풍미가 훨씬 올라간다.
아침 식사 전문 식당을 만약 찾기 힘들다면, 아무 호텔이나 예약해보자. 대체로 모든 호텔에서 이 곳의 아침식사를 맛볼 수 있다. 다만 호텔에서는 부재료들이 시판일 경우가 많아 눈으로 보는 퀄리티는 좋아보여도 맛은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작은 동네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소박한 듯한 구성이지만, 관광지에서 먹는 아침 식사는 대체로 아주 풍요롭다. 다만 풍요롭다고 다채로운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틀이 같기 때문에 기본 재료가 충실한 것이 이 아침 식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구성이 많으면 왠지 좀 더 맛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워낙 플레이팅도 알록달록 아름답기 때문에 관광지에서는 조금 비싼 가격으로 아침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아침 먹는 것을 일상으로 만들 수 있는 곳.
한국에 돌아와서는 오이만 겨우 썰어서 먹을까 싶었는데, 마트에 카이막 치즈라는 것이 있어 구매해보았더니 당연스럽게도 아주 비슷하진 않지만 느낌은 조금 나길래 매일 아침 이렇게 차리고 있다.
아주 뜨거운 커피를 끓이면서 달걀 하나를 프라이하고, 접시에 오이와 토마토, 올리브와 치즈를 담은 뒤 꿀과 카이막 치즈를 종지에 담아내면 끝이다.
재료에 손이 갈 게 없어서 준비가 쉬운데도 아주 풍성한듯한 구성이다. 가족들도 내가 만든 아침 식사를 먹어보고선 아침에는 이렇게 먹는 게 좋겠다며 내내 이렇게 먹어보고 있다.
아침을 아주 가볍고 청량하게 시작해보고 싶다면 튀르키예식 아침 식사를 권해본다. 아마 오이에 대해 질색팔색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취향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