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예술적인 분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
어떠한 나라의 국민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 나라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게 배어있는 무언가를 아주 직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으며, 색채나 표현에 따라서도 어떠한 감정이 묻어있는지 대략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국내에서도 무언가 생각할 것들이 있을 때에나 슬플 때에 종종 갤러리를 찾아다녔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볼 때면 내가 가진 정서와 그들의 정서를 공유하며 위로를 받았고, 머나먼 다른 나라에서 온 새로운 작품들을 보다보면 때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 공감할 수 없었던 무언가에 감동을 하기도 했으며 또 때로는 어떠한 한 작품이 어두웠던 마음 속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에는 꽤 여러 미술관들이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많이 남는 미술관들을 소개해볼까한다.
첫번째로 소개할 미술관은 베이올루와 탁심 광장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Arter 이라는 미술관이다.
모던한 건물에 아주 크지는 않은 듯한 규모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작품 선정과 구성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지는 미술관이며, 구조적인 내부와는 빈티지한 도시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공간 속 어느 곳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는 미술관이다.
관광객에게 아주 유명한 장소는 아니다보니 평일 한가로운 시간대에 방문한다면 번잡스럽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현대적이고 직선과 곡선의 사용이 아름다운 미술관.
전시는 당연히 시즌마다 달라지므로 내가 갔을 당시의 전시가 좋다고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원래도 이 곳은 전시의 구성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공간의 그 어느 구석도 내버려두지 않고, 맞는 색채와 소재를 사용해 작품 하나하나를 돋보이게 만들며, 작품의 간격들을 최소한으로 구성해 한 걸음 한 걸음 떼기를 매우 어렵게 만든다.
그 어느 벽면에도 작품이 없는 곳은 없다.
튀르키예의 전통 음식 미디예돌마 (홍합 밥)가 테이블 위에 전통적인 건축 양식 사이에 끼어 있었다.
한 개의 벽에 도대체 몇 개의 작품이 걸려있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며, 사진에 담긴 것보다 훨씬 많은 공간에 엄청난 숫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벗어나기도 힘든데다가 하나 하나 유심히 보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가는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긴 관람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벽의 위, 아래, 바닥, 혹은 연결 부분까지도 작품들이 자리하고 심지어는 안내 표시문까지도 작품인 경우가 많아 무엇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다른 관람객들도 한 구역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기 일쑤였다.
겹겹이 건물 사진을 쌓아둔 작품은 마치 이스탄불의 모습을 코 앞에두고 보는 것만 같다.
미술관 2층에서 볼 수 있는 전경. 알록 달록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오래 된 건물들.
이 미술관의 또 하나 좋은점은 가볍게 즐기기 레스토랑이 딸려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의 규모가 커지면 너무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규모가 작으면 아트샵마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곳은 아트샵도 있고 적당히 식사할만한 레스토랑도 있어서 반나절 이상을 느긋하게 보내기에 적합하다.
레스토랑의 분위기도 매우 현대적이며, 그와는 대비되는 알록달록한 색채의 풍경은 마치 끊임없이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같은 감상을 준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선선한 테라스에 앉아 찾아오는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미술관에서의 식사는 이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특히나 야채 링귀니 파스타는 자극적이어보이는 색감과는 달리 오일과 야채를 사용해 만든 파스타로 아직도 생각나는 음식들 중 하나일정도로 퀄리티가 좋아서 추천한다.
두 번째로 소개할 미술관은 이스탄불에 가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보았을지도 모르는 이스탄불 현대 미술관이다.
매우 큰 규모의 건물, 그리고 그 옆으로 주욱 늘어선 쇼핑 센터와 인접해있는 바다 덕분에 굳이 미술관관람이 아니더라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미술관 관람 티켓이 아주 저렴하지는 않지만 가장 트렌디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으며 아트샵의 셀렉 수준이 매우 뛰어나 아트샵에서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도서관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여러 모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만약 당신이 미술관 관람하기를 선택했다면 꼭 옥상까지 올라가보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시를 보고 내려가는데, 옥상에 올라가면 넓은 광장의 전통적인 양식의 건축물들을 좀 더 높은 시야에서 담아낼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 북촌에 위치한 국립 현대 미술관과도 엇비슷한 분위기인데, 통창으로 보이는 바깥의 풍경이 아름다워 관람객들이 천천히 머무르기 좋은 미술관이다.
전시 구성에 고 미술작품부터 현대 미술작품까지 다양하며, 학교나 유치원에서도 체험학습 목적으로 단체 관람을 하러 온다. 만약 단체 관람하는 사람들과 마주쳤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방법이 될 수 있다.
튀르키예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작품 속, 작게 그려진 차이(차)는 보기만 해도 정겨운 느낌이 든다. 테라스가 많은 이 곳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한 작품이다.
고양이와 관련된 수많은 작품들, 도시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이 곳에 머무르면서 알게 된 것을 다시 상기시키거나 혹은 새롭게 알아갈 수 있다.
이 미술관 건물의 오른쪽으로는 생각보다도 아주 큰 규모의 쇼핑 센터가 실내와 야외를 아우르며 자리하고 있다. 튀르키예 사람들도 약속 장소로 많이 애용하는 곳이며, 유명한 맛집들도 입점되어 있어서 특정 시간에는 줄이 긴 식당도 종종 볼 수 있다.
항구와 닿아있는 위치 덕분에 풍경또한 아름다우며,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한 잔 하거나 벤치에 앉아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근처에 바로 고등어 케밥으로 유명한 카라쿄이 항구에 수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있는데에 반해 이 곳은 한국인 관광객을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여행에서 원하는 낯선 정취를 느끼기에도 좋을 것이다.
세번째로 소개 할 미술관은 미술 작품 관람 보다는 건축 양식의 아름다움에 많이 찾는 SALT Galata 이다.
옛 은행 건물에 만들어진 미술관으로, 미술관 자체의 메리트보다도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유명하므로 갈라타 탑 근처에 가게 되었을 때 함께 들러보기 좋은 곳으로 추천한다.
다만 지점이 두개가 있는데, 미술작품 관람은 Salt Beyoğlu 에서 할 수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두 곳다 가보면 좋을 것이다. 나는 당시 베이올루의 솔트에서는 전시 준비중이라 들르지 못했다.
역삼각형으로 배치되어있는 창문.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구조에 반하게 된다.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건물에서 보는 이스탄불의 풍경은 더할나위없이 아름답고 또 매력적이다.
이 곳의 명물인 도서관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자리를 잡아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지하 1층 도서관 내부의 중심에는 지하로 이어진 금고가 있는데, 내려가면 막상 별건 없지만 과거의 은행 금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런 포인트를 찾는 것이 이 장소의 매력이다.
구석 구석 위치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언제나 아름다우며,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으로 구성한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내가 소개한 세 곳 말고도 꽤 많은 미술관이 있으며, 어느 미술관은 을지로의 갤러리 같기도 하고 어느 미술관은 서촌의 작은 갤러리 같기도 했다.
이 곳에서 미술관을 가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미술관 산책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예술적인 도시에서 그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