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페리로 갈 수 있는 이스탄불의 가까운 휴양지
항구도시 이스탄불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에 버스나 트램도 많이 이용하지만 바다 건너 있는 지역으로 갈 때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선택지가 여럿 있더라도 페리를 많이 이용한다. 대중 교통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데다 교통 체증에 영향을 받지 않아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버스나 트램, 지하철을 탈 때와 마찬가지로 이스탄불의 교통카드인 카르트를 찍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거리의 차이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선착장에는 언제나 카르트 충전 기계가 있기 때문에 카르트가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스탄불에서 여행을 하는 많은 여행자들은 내륙도 둘러보기 바빠서 페리를 타고 건너편까지는 많이 가지만, 섬에는 차마 들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나도 마찬가지로 섬에 가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튀르키예 친구가 하루면 네개의 섬을 다 둘러볼 수 있다고 말해주어서 섬 투어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네개의 섬들은 가까운 여행을 원할 때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며, 가장 유명한 건 제일 규모가 크고 유명한 Büyükada 라는 섬이지만 본인은 대체로 Burgazada 라는 섬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며, 나에게 유명한 섬보다 작은 섬들이 좀 더 보기 좋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이 섬들이 주말에는 관광객과 더불어 현지인들까지도 많이 찾기 때문에 평일에 가는 것이 훨씬 좋을 거라고도 말해주었지만 시간 상 토요일밖에는 시간이 없어 토요일 이른 아침, 페리를 타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
이 곳에서 페리로 갈 수 있는 섬은 총 네개가 있는데, 제일 멀리 있지만 크고 유명한 Büyükada 와 가장 가깝고 제일 작은 Kınalıada, 그 사이에 Burgazada 와 Heybeliada 라는 섬이 위치해 있다.
섬들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선착장으로 가야하는데, 구글 맵이 잘 되어있으니 동선을 고려하여 선착장을 선택하고 그 후에 배 시간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배를 타는 선착장이 마치 지하철 개찰구 같은 형태로 되어있다. 시간표가 위에 나와있지만 그럼에도 헷갈린다면 근처 역무원이나 승객들에게 목적지를 물어 보아도 된다. 만약 잘못 타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다.
2층 구조의 배를 타면, 배 안에는 때때로 상점이 있거나 혹은 차이를 들고다니는 아저씨가 있기도 하다.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다가 배 안에서 마시는 뜨거운 차이는 마음 한 켠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섬에 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리긴 하지만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또 금새 도착하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섬의 항구에 도착하면 얼른 내려야한다.
배에서 바라보는 섬은 이스탄불에서 보았던 풍경과는 조금 다른, 확연히 휴양지 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풍경.
배만 타고 있어도 좋을 것 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과도 같은 일정이 될 것이다.
처음으로 도착한 섬은 두번째 위치한 Burgazada .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섬이라고 친구가 말했었는데 다녀온 후엔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스탄불의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스크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느낌과 푸르른 나무들, 낮고 알록달록한 건물들 옆으로 바다까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적고 한적해서 왜 이곳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섬에서 즐기는 아침식사는 매일 즐기던 구성인데도 바닷 바람에 녹아 조금 더 풍미있는 것만 같다. 섬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났더니 관광객 보단 마을 사람들이 많아서 섞여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바로 앞의 바다는 당시 수온이 낮았는데도 아침부터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배가 저 멀리 지나가고, 사람들은 수영하고, 눈 앞엔 맛있는 음식과...
만약 내가 이스탄불에 살았더라도 주말 아침엔 언제나 훌쩍 배를 타고 이 곳에 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된다면 하루 머무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워낙 예술과 밀접한 이스탄불. 어디에서나 아티스트들을 볼 수 있는데, 섬에도 역시나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있었다. 야외에 꾸려진 독특한 색채를 가진 작업실은 지나가던 이들의 시선을 모두 빼앗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시간이 지나자 관람객이 점점 늘어갔다.
섬의 중심으로 가려면 가파른 오르막을 조금 걸어야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들은 힘듦을 잊게 만들 것이다.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은 아름답고, 섬 안의 고양이들은 언제나 사람을 반긴다.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섬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른 섬으로 가고 싶다면 언제나 내렸던 선착장에 돌아가며 된다. 시간이 애매하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선착장 근처엔 언제나 고양이들이 기다리고 있고, 쓰다듬 받을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다시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
배를 타고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울 수도 있는데 * 피지 말라고 되어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 바닷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는 그 감각은 생각보다도 더 짜릿하다.
네 개의 섬 중 가장 유명한 섬인 Büyükada 에 도착하니 확실이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평일에는 절반도 없다고 하는데, 주말은 역시 주말.
두번 째 섬이 여유롭고 마을같은 분위기였다면 이 섬은 식당도 카페도 많고, 확실히 관광지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혼잡한 섬의 바깥과는 달리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주 한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건축물이 하나하나 색감이 다채롭고 식물들이 곳곳에 질서없이 자라있어 자연스럽게 아름답다.
항구 근처의 많은 사람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가장 크고 유명한 섬에서 돌아갈 때에는 카르트(교통카드)가 아니라 현금으로 표를 사야한다는 점이다. 현금이 없더라도 언제나 이 곳엔 현금지급기가 많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때때로 관광객들 중 일부는 이 곳만 카르트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 사기업의 사기행위일까 따지곤 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원래 그렇다고 하니 그냥 현금 결제를 하면 된다.
시간 상 첫번째 섬을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처음에 보았던 가장 작은 섬 Kınalıada 로.
이 섬은 항구 근처에만 갈만한 곳이 있고 안쪽으로 가면 할 것이 많이 없어서 주로 휴식을 위해 머무른다고 한다.
여유로운 분위기라 아름다운 레스토랑들이 즐비해있다.
섬 내부는 정말 마을과 다를 바가 없다.
이래서 두번째 섬이 가장 좋다고 했었나, 싶었는데 작은 섬은 막상 할 게 없고 큰 섬은 너무 복잡한데, 두번째 섬은 적당히 여유롭고 마을도 아름다운데다가 갈데도 많아서 머무르는 시간동안 마음이 아주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동네 아무데나 자리하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강아지 산책을 시키거나 장을 보고 돌아오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섬의 어디에서나 나를 지켜보고 있는 고양이들까지.
돌아가는 길은 짧고, 시간이 많았다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을텐데 아쉽지만, 하루에도 시간을 잘 쪼개면 섬들을 둘러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이스탄불에서 조금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면 언제나 배를 타고 멀리, 더 멀리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