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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Jul 25. 2024

색의 온도

튀르키예 이즈미르 주








분명 제 머리칼 끝에 불이 붙어 타다가 정수리에서 폭죽이  터지고 말았다니까요, 글쎄 뻥, 뻥, 터지는 소리는 잘못 들을 수가 없는 거였다니까요. 그 때, 한겨울 바깥에 두었더니 시리도록 차가운, 껍질이 연한 귤을 씹었을 때는 입 안이 귤의 색으로 가득 물들었잖아요. 터져나온 것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었거든요. 어디로 갔는지 아는데도 끄집어낼 순 없는 거잖아요. 억지를 써서 꺼내려면 꺼낼 수는 있겠지만은 본래의 찹던 것으로 만들 순 없지 않겠어요? 그게 우둘투둘한데다 모양은 썩 둥그렇지 않고 노란색에 가까웠다고는 해도 귤인 게 의심스럽지는 않았었지요. 껍데기를 까 놓고 보니 과육이 다 비칠 정도로 투명한 속껍데기, 그건 알알이 묶인 개별의 폭죽을 한번에 크게 터트리기 위한 장치라고밖엔 할 수가 없었는데 말이에요. 어린 주황색이 온 몸을 적시도록 만들고자 하는 마음 같은 거였다고 나는 생각하는데요. 눈이 소복이 내리고 난 다음 날, 맑고 파란 하늘 아래 드러난 피부 위로 느껴지는 얼린 손톱의 감촉, 입 속에서 터져버린 어리고 푸른 주황색, 눈을 감으면 나는 알알이 혀로 굴릴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선, 흔적없이 몸 속에 들어가버린 것들을 원망하면서.


미지근한 여름 밤, 한겨울 푸르고 낯선 귤은 환상이 아닐리 없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잊은 채로 자꾸만 과거의 미래의 차가운 날씨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그 말을 건네는 상상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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