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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백

미련은 남아서.

사치 가득한 감정은 돌고 돌아 스스로를 괴롭히며.

by SONA


차인 것도 아닌데 헤어진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아직도 그 사람이 생각나면 가슴이 콕콕 찔리는 건 무슨 감정일까.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가 어쩐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 날도 역시 나다웠다. 저지르기를 좋아하는 나는 내 서툰 감정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지 않고 무작정 쏟아내었다. 그 뒤로도 일주일간은, 후회하기보단 가슴에 바람이 부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것을 조금은 시원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어이없었을 상황에도 나를 원망하기보다는 '네 성격이 그런걸 알아.' 하며 보내주었고 나는 그렇게 나를 이해해 주었던 그가 떠오르면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뒤엉켜 가끔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가 그리워진다는 게, 너무 이기적인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이제 와서 붙잡을 용기 따윈 없었으므로 살짝,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또 그 사람 생각이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시시각각 다른 형태로 생각은 진화를 거듭하는 것 같았다. 그와 걸었던 거리에서 나눠먹던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면, 홀로 그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는 보란 듯이 ‘나는 괜찮아!’를 온 몸으로 표출하곤 했다. 당연하지만,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잊었다고 말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행동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잊겠다고 선언한 그 순간에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고, 단지 우리에겐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외면하고자 했다. 며칠이 지나고, 인정을 하는 것이 때로는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와서 꾸준히 후회하고 있는 나는 스스로가 부끄럽고 민망하기 그지없었지만, 이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상황에서의 나를 부정하는 우스운 꼴로 남았을 것이다.



우리는 오래 만나지 않았다. 물론, 누군가에겐 오랜 시간일 수도 있다. 그 시간동안 우리는 여느 연인들처럼 서로를 향해 웃고, 서로에게 모든 것을 알리며, 서로를 1 순위로 삼았었다. 나는 네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에 후회를 했고, 너는 내가 처음이었음에도 그는 나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처음이라며 사랑해주었다. 당시의 우리에겐 ‘처음’이라는 것 보다 서로의 세계에 빠지는 것을 소중히 여겼고 두 사람이 만든 바다에서 끊임없이 노를 저었다.



너의 사랑에는 내가 처음 느껴본 묵직함이 있었다. 가끔 네 깊은 우물을 볼 때면 나는 어쩌면 물에 처음 들어간 아이처럼 허우적댔는지도 모른다. 그 심해가 나는 가끔 두렵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 물론 너는 그것과 상관없이 나를 배려해 주었다는 사실을 안다. 문제는, 너무나 가벼운 나였던 것을 나는 안다. 말을 하면서도 나는 이것이 내 감정의 올바른 판단이 맞는지를 생각하기보단 나의 꽉 막혔던 가슴의 시원함을 먼저 생각했다. 쉬운 말을 아님을 알고, 번복할 생각 또한 없었던 나는 그의 목소리에 벽을 치고 내가 하는 말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자기 최면의 효과가 모두 떨어져 이러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나는 끝이 없는 후회를 하루에도 수 천 번씩, 수 만 번씩 거듭했다. 물론 그렇다고 실천에 여기는 일은 없었다. 가끔 불쑥불쑥 치솟는 감정에 용기를 내 볼까 하다가도, 내게는 그럴 명분도, 염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조금 더 잡지 않은 그를, 연락이 없는 그를 향해 부질없는 원망을 해보기도 했다. 그와 만났던 하루하루를 곱씹어보는 것은, 그를 잊기 위함이었지만 좋은 기억만 가득했던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왜 우리는 단 한 번도 의견이 엇갈리거나 싸운 적이 없었을까. 왜 정떨어지는 말을 너는 하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생각한 결과는 그는 나보다 나를 더 사랑했고, 그랬기에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존중해 주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너는 싸울 만 했던 언행조차 감싸 안았었고, 내 결정을 귀담아 듣고 기억해 준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나는 비수를 꽂고 나서는 미안하다는 말로 포장시키곤 지금에야 미련이 남아 홀로 질척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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