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걸려 온 전화, 그리고 누구세요.
“은아야!”
전화를 받자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린다.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로 봐서 나와 긴밀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내 이름을 너무나 익숙하게 부른다. 민망해진 나는 죄송한데, 누구세요-라고 흔해빠진 말을 건넨다.
“나 T야. 너 내 번호도 없어? 너무한다, 정말! 나 이번에 복학하잖아. 근데 과를 옮겨보려고. 네가 이런 거 잘 알 것 같아서 전화했어. 나 이번에 생명 관련된 과 가려고 했는데, 광고 쪽도 생각 중이라서. 어때? 너 광고홍보라 그 쪽 잘 알잖아.”
그녀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는다. 우리가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가, 나는 잠시 헷갈린다. 우리는 친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그녀에게 만큼은 우리가 꽤나 깊은 사이 인지도 모른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어, 그래, 다음에 보자, 어-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쩌면 너는 나를 꽤나 의지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나를 이렇게까지 친하게 생각했다는 것이 놀랍게 다가온다. 우리는 그저 스쳐지나 가는 인연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결코 마음까지 나눈 사이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나는 나를 보여주지 않았고, 그녀를 보려고 한 적도 없었다. 그저 한 철 웃고 지나간 계절 같은 사이. 아니, 그건 나만 느끼던 감정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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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가 생긴 기분이다. 나는 너를 만나봐야겠다. 혹여나 내가 모르는 우리의 이야기가 너에게는 가득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난 내 이야기를 나에게 가져와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아주 긴밀한 사이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