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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Dec 26. 2015

사막

너와 함께 티브이를 봐, 난 티브이에 집중을 못 하고 자꾸만 네 반응만 살핀다. 가끔 들리는 네 웃음소리는 내게 파도가 되어 나를 흠뻑 적시곤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 평온하게 돌아가 버리고 난 또 홀로 버둥거리며 너를 찾아 헤맨다. 넌 그 자리에 있지만 난 네가 멀어져, 그리고 다시 너는 나를 적신다.    


 난 그저 지금 이곳이 꽃밭인지 지옥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향기에 취해 어질어질 한 채로 널 보고자 눈을 부릅뜬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두 눈은 나에게 별을 선사해,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서도 그것만을 따라간다. 설령 그 길에 가시가 가득하고 덤불이 나를 막아도 나는 옳다고 믿는 그 길을 배반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와 같은 별이 되고자 하늘에 매일같이 기도를 올린다.     


사막과도 같은 건 내 마음이고 그 곳의 별은 네 웃음이다. 그 곳에서 난 방랑자가 되어 그의 흔적을 찾는다. 가끔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정도의 비가 올 때에 나는 홀로 모든 것을 지탱해야 하는 나를 안쓰럽게 여긴다. 그래도 그는, 그 곳에서 나를 우두커니 바라볼 뿐. 어떠한 이야기도 해 주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돌봐주지 않을 때, 나를 돌보는 것은 자신 스스로다. 어느 순간, 너의 장난에 나는 바다에 빠진다. 허우적대면 밀려들어오는 파도에 속절없이 당하면서도 나는 눈을 뜨고 너를 찾는다. 짜디 짠 소금물에 닿아 눈에선 자꾸만 눈물이 흐르고, 흐른 눈물 때문에 앞이 뿌옇다. 흘러내리는 건, 어디서부터 터진 감정일까.

   

별을 따다 준다고 했었던 사람은 이제 없고 별만 남아, 나는 나를 괴롭히는 무언의 형체에게 소리를 지른다. 이불을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감싸 덮고 모든 것을 찾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하면 어디선가 나타난 별이 이불 속을 또 우주로 만든다. 이제 나는, 우주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듯이.    


사막은 또 바람이 불어. 방랑자는 자꾸만 휘청거리면서도 하늘을 본다. 오늘따라 별이 잘 보이지 않아 앞으로 가기가 망설여진다. 방랑자는, 털썩,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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