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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Nov 25. 2015

스트레스를 대신 태워줄 스트레스 캔들!

스트레스를 만들고, 태우면서 잊어보자. 

청년 공간 무중력 지대 G밸리에서는 매달 멤버쉽 프로 그램을 진행한다. 이번 연도 8월, 나는 무중력 지대를 처음 알게 되어 멤버쉽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좋은 공간에서 좋은 경험을 한 뒤로 종종 무중력 지대의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다가 또 한번 신청하게 되었다. 


이번 달 무중력 라이프는 「WHAT IS YOUR STRESS?」라는 주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스트레스를 나누며 스트레스 캔들을 태우는 독특한 프로그램인데, 참가비 역시 무료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실 <스트레스 컴퍼니>의 이남희 대표님.

곧이어 우리는 분노 캔들 키트를 받았다. 키트를 받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써 보는 일. 우리의 스트레스는 간단하지 않은데, 우리는 매일 '스트레스  받아!'라는 한 마디로 그것들을 정의하려 한다며 써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셨다.


생각해보면 그도 그렇다. 열 받아, 짜증 나, 그리고 동반되는 욕설들로 우리의 스트레스는 포장되어있다. 진짜 알맹이는 그대로 우리의 안에 남아있고, 알맹이가 만들어내는 감정들만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알맹이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또다시 울컥울컥, 화가 치솟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과연 얼마나 우리의 스트레스를 직면하고 있을까?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문제를 회피하는 것 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지라도 제대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모두 쓴 뒤엔 본격적으로 캔들을 만들었다. 캔들은 왁스만 둘둘 감으면 완성되는 간단한 형태여서 손재주가 없어도 만들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소개하기도 나쁘지 않은 제품이다.


불만 가득한 입과 눈을 가진 나의 스트레스 캔들. 심술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어쩌면 욕심이 참 많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얘와 함께 욕심 마저 훨훨 날아간다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캔들을 만들었다.

완성된 스트레스 캔들. 생긴 게 너무나 불만 가득해 보여서 정말 나의 스트레스가 가득 담긴 것만 같았다.


스트레스가 형체라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의 것은 삐죽삐죽 심술 맞지만 웃고 있는 캔들도 있었다. 모양과 색이 제각각이라 보는 재미가 있던 스트레스 캔들. 사람의 마음에 따라 모양이 다 다르다는 게 재미있었다. 특히나 나의 캔들이 너무나 심술 맞아 보였다.

그다음 심지가 있는 눈 부분에 불을 켜 준다. 나의 스트레스가 함께 녹아버리길 바라면서.


스트레스 캔들을 완성하는 과정은 여기서 끝이다. 그러나 완성 후가 더욱 중요하다. 여태 열심히 만들어 놨지만, 태워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스트레스 역시 맹렬히 자신을 불태운다. 그와 동시에 내 속에 있던 것들도 함께 녹아내린다.

무엇이 녹아내린다는 건 매우 매력적이다. 형체만 바뀌는 것이지 어딘가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스트레스 역시 공기 중으로 훨훨 날아가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불을 끄고, 우리의 스트레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스트레스'라는 주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 다는 것은 모두에게 생소한 일이었지만, 이야기는 끝없이 달궈져만 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골칫거리들, 그리고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들- 종류는 끝없지만 감정 자체는 비슷하다. 모든 걸 태우면서 우리는 가벼워진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어딜 가나 일정 비율의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집단에 또라이가 없다면, 바로 자신이 또라이라는 증거라고.


우리는 다행히도 또라이가 아니었음에 감사하며 색다른 발상을 찾는다. 여태까지는 그 또라이 때문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했다면, 이제부터는 네가 있어서 내가 그 또라이 역할이 아님에 감사하기로.


태우고 또 태우고.  말없이 녹아내리는 캔들을 보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더불어 나무 심지가 내는 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만 같다.

거의 다 탄 스트레스 캔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


캔들을 태운다고 근본적인 무언가 가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캔들을 태운 뒤엔 또 그것을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받아들이고 녹이는 과정에서 조금 더 현명한 방법을 찾거나 혹은 기분이라도 조금 나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매일 스트레스를 받고, 또 받기만 한다. 해소해야 할 방법을 잘 모르거나 그럴 시간조차 없어 속으로 삭이기만 하다가 질병을 얻기도 한다. 이럴 때, 더 이상 폭식을 하거나 술로 풀지 말고,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담아 만든 스트레스 캔들을 태우며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꺼내보자.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기 망설여진다면 인형이라도 앉혀놓고 내  이야기를해보자. 힘들 땐 잠시 미친 짓을 조금 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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