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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Feb 14. 2016

Party in Your House!

그/그녀와 그들의 집에서 하는 파티

파티를 하기로 했다. 파티가 별건가. 이전에도 겪어봤지만 어떤 만남에 파티라는 이름만 붙이면 그냥 그게 파티인 거다. 우리는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녀의 집은 거실만 예뻤다. 다른 곳은 때가 탔거나 더러웠지만, 거실만은 참 아늑해보이고 예쁘더랬다.

우리는 그 거실에서 밥을 먹고, 케이크를 먹고, tv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그 날은 비가 왔다. 주르륵, 보단 조금 더 강렬했던 비. 우산을 써도 젖음을 피할 수 없었던 날. 원래같았다면 기분이 좋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날이었다. 그런 날, 우리는 그 집에 모여 함께 무언갈 만들어먹기로 했다. 고기를 굽는 건 어때, 간단하게 파스타는 어때, 아이스크림은 어때. 사먹지 않는 게 핵심이었다. 자주 만나 자주 사 먹었던 우리니까. 오늘은 좀 특별해져볼까.


결국 우리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모두 하기로 했다. 그 집엔 재료가 정말 없어서, 하나부터 끝까지 사느라 장보기가 길어졌지만, 내내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올리오 바질 파스타. 시판 파스타를 구매하긴 했지만 마늘도 썰어넣고 바지락도 사다가 삶았다. 삶지 않아도 되는 면이어서 맛이 별로일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좋았던 메뉴.



치맛살 스테이크. 기름을 두른 팬에 버섯과 마늘을 먼저 굽고, 적당히 익을 즈음에 치맛살을 올려 노릇 노릇 구우면 끝. 소스가 오리엔탈 소스라 딱히 밑간을 하지 않아도 부드럽고 괜찮았다. 간만에 비싼 메뉴 먹는 느낌이 물씬 들었던. 치즈는 마지막에 살짝만 구우면 완성이다.


완성된 한 상 차림! 샐러드는 보울에 담아 내고, 스테이크와 파스타는 얇은 접시에 내었다. 소다 맛이 나는 천연사이다와 함께, 식사. 집에서 해 놓은 차림 치고는 괜찮아서, 감탄을 했다. 포크와 나이프는 없지만, 정성은 있었던 우리의 테이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였다면 애착은 없었을테다. 오늘은, 직접 해서 그런가. 애착이 가득했다.



창문과 등진 쇼파, 바로 뒤의 책장, 그 앞의 식물들. 그녀의 집에서.



그 뒤로 조그만 케이크를 하나 자르며 tv도 보고, 책도 보고, 사진도 찍고, 비가 오는 밖을 구경하기도 하고. 물론, 뒷정리도 해야했지만.


요즘 자주 마시는 말리 커피의 라테를 마시며 시끄럽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다섯시 쯤, 다른 일정을 위해 자리를 정리했다. 아직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오늘의 이 느낌을 비가 정리해는 것 같았다.




요즘, 가끔, 매일 매일이 단편 영화처럼 느껴진다. 먹고, 마시고, 내 앞의 누군가가 웃으며 이야기를 건네고, 나 역시 그 이야기에 웃으며 화답을 하는 장면들, 옷을 입다 벗고, 다른 옷을 뒤지는 장면들. 그것들이 모여 짧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그 영화가 행복해 죽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작은 즐거움도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까, 다행히도 매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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