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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Jun 06. 2016

그럼에도 질리지 않는, 파스타와 스테이크

생각보다 더 다채로운 요리들


파스타와 스테이크. 익숙한 메뉴들이다.


생각해보면,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까지 파스타 요리 집이나 스테이크 전문 요리집이 천지에 널릴 정도로 많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전반적으로 '음식'에 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부터 쉴 새 없이 갖가지 테마를 담은 요리집들이 탄생하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요즈음은 비단 파스타나 스테이크처럼 익숙했던 메뉴들 뿐만 아니라, 터키 요리, 인도 요리, 그리스 요리 등 이전에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음식점들도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 때문에 다양한 요리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좋기는 하지만, 그만큼 음식에 대한 퀄리티가 낮은 곳도 많아진 게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화 된 아이템인 파스타와 스테이크는 많은 사람들에게 요리가 아닌 '장사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아주 저렴한 대신, 퀄리티도 낮은 음식점들이 많아진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외식 메뉴로서는 한식보다도 레스토랑의 메뉴들이 친숙한 메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가서 먹는 밥은 아무래도 집에서 먹는 것보다 특별한 게 좋고, 그러면서도 실패할 확률이 적은 게 바로 파스타와 스테이크 아닌가. 특히 여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는 게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느끼기도 쉽고 말이다. 나 역시 종종파스타나 스테이크를 예쁜 곳에서 즐기러 간다. 맛있는 요리에 끌려 가기도 하고, 예쁜 인테리어에 끌려 다녀오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이 메뉴들은 요리로 대해야 즐겁다. 물론 그럴수록 가격이 높아지긴 하겠지 그래도 적당히 기본은 지킨 요리들이 먹기에즐기기에도 훨씬 좋지 않은가.


하여간, 파스타와 스테이크는 이젠 낯설지 않은 메뉴들이다. 이들은 정말 친숙하지만 매번 새로운 조합으로 나오기 때문에 매번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인 베이스 소스야 가짓수가 적어 비슷하지만, 들어가는 재료나 향신료, 면의 굵기 등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파스타, 그리고 고기의 부위나 굽기, 레스토랑 고유의 소스, 가니쉬에 따라 특색이 달라지는 스테이크의 신선한 조합들! 오늘도, 끊임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곳은 안국역 근처에 위치한 '미트 마켓'이라는 곳이다. 외관도 멋스럽지만, 내부가 훨씬 더 멋스럽다. 스테이크를 쉼 없이 굽고 있기 때문에 연기가 자욱할만도 한데, 천장을 오픈해놔서 고기 냄새나 연기가 전혀 없다. 게다가 시원하기까지.


양식 레스토랑은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래도 자국의 음식이 아니기 때문임이 크다. 우리가 해물찜이나 장어구이 등 한식을 접할 땐 요리에 포커스를 맞춘다. 별다른 몰입 없이, 익숙한 분위기에서 요리만 맛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의 음식을 접할 땐 요리와, 더불어 얼마나 이 요리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요즈음은 예전보다 인테리어에 더욱 신경을 쓰곤 한다. 하와이를 옮겨 놓은 듯한 레스토랑이나, 자메이카 노래와 자메이카 가수들의 물품이 담긴 펍등이 생겨난 이유다. 고객은 일종의 '여행자' 역할을 부여받는 셈이다. 하와이가 아님에도 하와이에 놀러온 듯한 곳에서 하와이 풍의 요리를 즐기며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이다. 덕분에 인테리어'만' 예쁜 곳들도 더러 생긴다.


파스타나 스테이크도 익숙한 메뉴긴 하지만, 어쨌든 다른 나라 음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왕이면 음식을 먹는 곳에 분위기가 갖춰지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이 곳은 정말 가볼 만 하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깔끔한 대리석 식탁들, 갖춰진 식기들, 예쁜 타일들로 이루어진 바닥. 천장엔 한옥 구조물이 거칠게 비친다. 과함 없이 조합해 이질감 없이 어우러져있다. 온전한 양식보다는 퓨전을 지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쪽에선 푸른 하늘이 시각을 자극하고, 고기를 굽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종업원의 복장 역시 손님들이 역할 놀이에 푹 빠질 수 있게 도와준다.



다른 레스토랑과 가장 다른 인테리어를 꼽으라면, 바로 이 냉장고라고 말할 수 있다. 고기를 숙성하는 냉장고를 인테리어로 사용함을써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게 내부가 크지 않음에도, 공간을 넓게 써서 답답하지 않은 구조가 마음에 든다.



테이블 마다 꽃이 놓여있고, 들어오면 물을 먼저 제공한다. 물병 역시 투명한 하늘색 병으로 깔끔하다.



이 곳은 런치와 디너가 가격이 다르다. 디너엔 가격이 꽤 나가지만, 런치에 오면 1인당 2만원꼴로 괜찮은 식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런치엔 스프와 샐러드가 포함되어 있어 인기가 많다.


양식을 즐길 때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샐러드와 뜨끈한 스프. 양이 많진 않아도 서비스이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게다가 맛도 괜찮은 편. 샐러드와 스프는 매일 다르다고 하니,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바질 페스토 파스타. (런치 가격 1만 5천원)


올리브 오일과 마늘로 향을 낸 뒤 버섯과 베이컨, 고기를 넣은 바질 파스타다. 일반 면보다 더 쫄깃한 식감이 재미있는데다가 오일 향과 바질의 향이 향긋해서 스테이크와 함께 즐기기도 괜찮은 파스타였다. 생각보다 재료들이 풍성하게 들어있어서 양이 많지 않음에도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파스타는 역시, 재료에 따라 무궁 무진한 느낌을 갖추기 때문에 흥미로운 메뉴인 것 같다. 분명 다른 곳의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도 매우 색다른 형태면서도 비슷하기도 하고.


옆의 작은 종지에 담겨 나온 것은 열무 피클이다. 직접 담근 피클이라고 하는데 식감이 매우 괜찮았다. 무나 오이보다 훨씬 청량한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살치살 스테이크. (런치 가격 1만 7천원)


가니쉬와 밥을 함께 제공한다. 런치 때는 고기 양을 줄이는 대신 든든함을 위해 밥을 함께 제공한 듯 하다. 함께 나오는 소스는 다른 곳에서도 자주 나오는 데리 소스다. 굽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겉은 조금 바싹 익히는 편이다. 양이 적지만, 천천히 식사하기 때문에 쉽게 배가 부른다.


어디를 가나 고기는 맛 없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 곳에서도 맛있게 먹었다.






화창한 여름 날 가봐도 좋을 듯한 레스토랑이다. 적당한 소음이 있기 때문에 어색한 사이에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장. 아무래도 런치 가격을 적용한만큼, 양이 많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진 않다. 혹여 남성과 동행할 땐, 메인 2개 + 파스타 하나 혹은 파스타 2개 + 메인 하나 정도를 주문하면 좋을 것 같다.


분위기를 제대로 내고 싶을 때! 밝은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낮에, 은은한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저녁에 가면 된다. 전반적으로 즐기기 좋은, 그리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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