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쉬어가는 계절
싱가포르는 연말이면 조용한 도시가 된다. 사람도 별로 없고 행사도 별로 없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가 워낙 더운 날씨에 안 어울려서 조용한가 했다. 대형 몰마다, 주요 거리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지만 그뿐, 특별한 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거리뿐 아니라 회사도 조용하다. 싱가포르엔 외국계 기업의 아시아 헤드쿼터가 많이 위치해 있다. 그만큼 외국인도 많이 일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간부급 이상은 대게 외국인인데 위부터 연말이 되면 2주, 3주씩 휴가를 떠난다. 차례로 아랫사람들도 연말이면 여행계획을 세우거나 휴가를 내기 시작한다. 회사의 주요 일정도 연말에는 거의 잡지 않는다. 약속도 연말 전에, 혹은 연초로 잡는다.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인구의 1/3이 넘는 구성이 외국인이다. 이 사람들이 대거 고국 방문이든 여행이든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싱가포르 도심은 조용해지는 것이다. 싱가포르인들도 이런 분위기와 겨울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난다. (싱가포르에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해외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 밖이 곧 해외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붐비는 오차드 거리를 주말에 나가보아도 12월 말이면 사람이 평소의 반도 안 된다.
일단 날씨도 덥지만, 캐럴도 없고 사람도 없는 연말은 정말 분위기가 안 난다. 추운 북반구에서 따뜻한 나라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싱가포르에도 관광객이 더 올 법하다. 그런데 12월의 방문자 수가 크게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조용한 분위기 때문 아닐까
덧붙여, 싱가포의 12월은 일 년 중 가장 비가 많이 오는 달이다. 흐린 날씨에 툭하면 쏟아지는 장대비가 이 모든 결과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거다.
그래서 난 혼자 캐럴을 듣는다. 12월, 11월 때로는 더 일찍부터. 나만의 연말맞이를 빌드업해간다. 일할 때고 집에 있을 때고 캐럴 플레이리스트를 켜면, 어느새 설레는 연말이 조용히 나에게로 찾아오는 것 같다. 도시가 조용하다고 나까지 조용할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