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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Tina Jan 10. 2023

신나고 잔혹한 무지개 어드벤처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 감독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디즈니 월드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로망이다. 환상과 꿈을 그린 듯한 풍경과 알록달록한 구조물들이 돋보이고, 그리고 이 공간에서의 사람들은 늘 행복해 보인다. 이곳 인근에는 '매직 캐슬'이라는 모텔이 있다. 연한 보라색의 동화적인 색감으로 칠해진 외형은 아름답지만, 실상은 홈리스들이 임시 공간으로 지내는 낡은 모텔이다. 환상을 심어주는 디즈니 월드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풍경에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매일 시끄러운 헬기가 지나다니고, 빈곤 상황에 처한 거주자들은 모텔 주인 바비에게 집세 내기를 미뤄 달라며 소리를 지른다. 매직 캐슬에 방문한 인부는 바비에게 건물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보라색 칠 좋던데요. 해충 박멸 회사 부를 돈은 없대요?"




매직 캐슬을 비롯한 디즈니 월드 인근의 모텔들은 화려한 외관, 희망적인 건물 이름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머물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디즈니 월드처럼 재미난 공간이기도 하다. 6살이 된 무니는 자신의 또래인 스쿠티, 젠시와 함께 플로리다 곳곳의 낙후된 공간을 그들만의 놀이터처럼 사용한다.


무니는 미혼모 핼리에게서 태어나 홈리스들과 같이 자란 아이이다. 이곳에서의 무니는 제대로 보살핌 받지 못했지만 항상 천진난만하다. 마치 그녀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네모 바지 스펀지밥'처럼 말이다. 영화는 매일 즐겁게 놀 궁리를 하는 무니와 아이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며, 이는 무척이나 발랄하다. 낡은 공간들에 더해진 쨍한 색감, 예쁜 건물들 위주로 이루어진 구도는 이곳을 자신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공간이라 생각하는 무니의 시선이 반영되었다.




무니가 가장 좋아하는 건 자신의 어머니 핼리이다. 핼리는 무니를 항상 즐겁게 하고, 무니는 핼리에게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이러한 애정 덕분인지 무니는 항상 기죽지 않고 당찬 모습을 모여준다. 하지만 제삼자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무니와 핼리의 모습은 다소 안타깝다. 어린 나이에 보호자가 된 핼리는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처럼 비친다. 그녀는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아이 앞에서 바르지 못한 언행과 폭력을 저지르고, 집에 외간 남자를 데려오는 등 아이에게 좋지 못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무니가 아이들과 노는 방식은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들 뿐만 아니라 홈리스 거주민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이들의 행동이 좋지 않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저 그러한 모습들만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무니와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이는 광경들은 나체로 누워 있는 할머니, 자동차로 사람을 치고 박는 모습, 아이들이 콘도에 저지른 방화를 보며 환호하는 거주민과 같은 것들이다. 무니와 아이들은 그 광경들이 낯설지 않다. 천진난만한 시선과 대비되는 비극적인 상황들은 매우 참혹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중재자 역할을 맡은 인물은 모텔 관리자 바비이다. 거주자들이 저지르는 나쁜 행동들을 꾸짖으면서도, 아동 성범죄자를 모텔 밖으로 내쫓고 오랫동안 월세를 내지 않은 핼리를 내쫓지 않는다. 그가 거주자들을 보는 눈에는 연민과 한심함이 동시에 들어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떠도는 홈리스들을 내버려 두지 못하는 그는 어떻게 보면 매직 캐슬에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 사람의 연민 깊은 선의만으로 모든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바비는 홈리스들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없이 철저한 방관자로서 존재한다. 핼리의 불건전한 생활로 인해 아동국 직원들이 무니를 데려가려고 할 때도 그는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는 늘 무니를 비롯한 아이들의 상황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등불이 켜진 매직 캐슬에서 홀로 담뱃불을 붙이는 장면은 홈리스들의 책임자이자, 관객들과 같은 방관자로서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시선은 관객들의 시선과 닮아 있다.




아동국 직원들은 핼리를 경찰에 넘기고 무니를 정상적인 가족에게 보내려 한다. 하지만 핼리와의 시간이 즐거웠던 무니는 이를 거부한다. 무니는 직원들로부터 도망쳐 옆 모텔 퓨처 랜드에 살고 있는 젠시에게 향한다. 항상 당찼던 무니는 그제야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젠시는 무니를 이끌고 모텔을 떠나 디즈니 월드에 숨는다.


무니와 아이들은 티를 내지 않았지만 모텔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가끔씩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목욕 중에 외간 남자를 맞닥뜨리는 무니의 당황하는 표정, 핼리가 자신의 엄마인 애슐리에게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스쿠티의 뒷모습은 이러한 씁쓸함을 더한다. 무니와 스쿠디는 아무도 없는 낡은 콘도에서 결혼 놀이를 한다. 그들은 한편으로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애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천진난만한 시선 속에 복잡한 감정들을 숨긴다.


어른들이 울려고 하면 난 바로 알아.
<플로리다 프로젝트> 무니의 대사


바비는 페인트로 건물 외관을 덧칠한다. 낡은 건물은 화사한 페인트로 가려진다. 바비의 이러한 행동은 위험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한 보호자의 마음 같기도 하다.


이와 함께, 영화 또한 다채로운 풍경 위주의 와이드 앵글을 주로 보여주며 극단적인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완화한다. 이러한 의도는 외관을 페인트로 덧칠하는 바비의 심정 같기도 하고, 무니와 아이들이 마주하는 광경들을 회피하려는 시선 같기도 하다. 하지만 완전히 가리지 못한 홈리스들의 극단적인 상황들과 대비되어, 이러한 영상미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결말부에서 무니와 젠시가 디즈니 월드로 도망치는 장면은 사뭇 다르다. 잔뜩 흔들린 카메라와 함께, 풍경보다는 무니와 젠시의 행동을 위주로 보여준다. 이는 방치된 아이들이 환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찾길 바라는 염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디즈니 월드와 주변 모텔이라는 두 공간의 대비는 무니의 변화된 처지를 보여준다. 디즈니 월드는 파스텔의 페인트로 마구 덧칠된 낡은 모텔들과는 달리 정말로 환상 속 공간, 누구나 행복을 느끼는 공간이다. 항상 행복하고 싶었던 무니에게 손을 내밀었던 인물은 결국 핼리도, 아동국 직원들이나 바비와 같은 어른들도 아닌, 똑같은 처지의 젠시였다.




영화는 정답을 내릴 수 없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온 무니가 보호소로 가야 할지,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핼리와 함께 가족의 애정을 느껴야 할 지조차 우리는 알 수 없다. 어른이 된 우리는 바비처럼 그저 아이들을 지켜보며, 디즈니 월드로 떠난 무니와 젠시가 그저 행복과 안정을 찾길 바랄 뿐이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6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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