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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Dec 23. 2020

부인에 대한 철칙과 생각

부인은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부터 바로 존칭을 썼다. 내가 먼저 부부존칭을 사용하자고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본능적인 무언가가 나를 그렇게 이끌었다. 혹시라도 함께 지내다 다툴 일이 있더라도 평소 존칭을 쓰면 막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 그리고 존칭을 쓰면 말 따라서 평소 행동이나 말습관 자체를 조심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아이들에게 본보기도 될테고 말이다.


결혼을 하고나서... 아니 결혼을 하기 전부터 부인은 내 여자라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참으로 편협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은 내 부인은 한 부모의 사랑스럽고 귀한 자식이고, 누군가의 동생이나 누군가의 누나이고 소중한 친구이기도 한 사람인데, 이 사람을 내 소유라고 생각하고 마치 나만의 여자인 것처럼 함부로 대한 적이 더러 있었다. 따지고보자면 함부로라기 보다는 예사롭게 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예사로운 경우 중 함부로일 경우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태도와 생각에 많은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딸이 결혼을 하고 그런 대접을 받으면 당장이라도 찾아가 사위에게 원투훅 어퍼컷을 날리며 혼쭐을 내어주었을 것인데, 어찌 이 귀하디 귀한 소중한 여인을 나는 그리도 예사롭게 대했던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가 밀려왔고, 그 이후로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부인을 대하게 되었다.


가정생활은 부부가 함께 영위해 나가는 것이다. 부인은 설겆이와 빨래를 하기 위해 결혼을 한 것이 아니다. 모든 가사활동은 부부가 함께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설겆이도 반반, 빨래도 반반, 청소도 반반으로 하는 것이 공평하다. 간혹 남편들이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돈벌이를 하는데 집안 일까지 하라고?"라며 반기를 들수도 있다. 그럴때는 최소한 밥을 차려주고 설겆이를 해주면 그 때마다 고맙다고 인사정도는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이 소중한 나의 부인이 집안일 하려고 나와 결혼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을 한 번 해보면 생각은 명확해진다. 만일 부인이 사회생활을 하며 돈벌이를 하고 남편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한다고 생각해보자. 집안일은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는 일이다. 물론 티도 잘 안난다. 깨끗한 그릇은 언제나 그렇듯 당연한 듯이 늘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만 같고, 깨끗한 속옷과 양말도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부인의 부재(不在)가 일주일이 아닌 이삼일만 지속되어 봐라.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 할 깨끗한 식기와 속옷은 온데간데 없이 여지없이 싱크대와 세탁기에서 나뒹굴고 있을 것이다.


부부간에 도와준다는 말은 맞지 않다. 그냥 내 일인 것이다. 가끔 보면 남편들이 밖에 나와서 "나 어제도 설겆이 도와줬어"라고 하는데, 이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다. 내 일인 것이다. 부인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어제 세차 도와줬잖아". 그 차를 부인은 안 타는가? 필요할 때는 '내 일' 불리할 때는 '우리 일'이라고 하면 사소한 것으로 자칫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결혼이란 울타리 안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모든 것이 '내 일'이 아닌 '우리 일'인 것이다. 쩨쩨하게 니꺼 내꺼 따지지 말고, 눈에 보이면 그냥 해버리자. 돈을 벌어오는 남편이 집에서 요리나 설겆이도 하고 있다면 부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이쁘보이지 않겠나. 부인 역시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당연히 고마워 해야한다. 내가 할 일을 업무분담을 해주는 것이니... 서로가 <당연히 하되 고마움을 바라지 말고, 고마워 하되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러는 순간 모든 것의 불화가 시작된다.


부부지간에는 덕을 보려고 해서는 안된다. 덕을 보려고 하는 순간 그 관계는 금이가게 마련이다. 덕을 보려고 하지 말고 서로에게 덕을 주도록 노력하자. 무척이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룬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내 생활에 상대를 맞추려고 하지말고, 상대의 생활습관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도록 하자. 내가 하나라도 더 해주려고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덕을 보려는 순간 모든 것은 망가지고 만다. 서로가 덕 보려고 하지말고 덕 주며 살아간다면 매일매일이 순조롭고 행복한 나날이 될 것이다.


또한 말습관을 이렇게 한번 사용해보자.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보"라는 말로 말이다. 세상에 나랑 함께 살아주는 것 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고, 나의 사랑스런 자식을 10달이나 잉태하여 세상에 내놓은 부인이야 말로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닌가 말이다. 지금 당장 사랑스럽지 않더라도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보"라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다보면 어느 순간엔가 나와 가장 가까운 남편과 부인은 나에게 '사랑스럽고 존경스런 사람'이 되어 내 곁에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남편들에게 싸대기를 맞을지도 모를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당신들의 노후가 외롭지 않게끔 좋은 꾸르팁(꿀팁)을 주는 것이니 '그래 너 잘났다' '너는 그렇게 잘하냐?' '뭔소리야? 됐다그래' 라는 말로 치부하지 말고 오늘부터 조금씩 시도해보자. 어느날 밥상이 달라지는 순간을 발견 할 것이다.

그때는 잊지말고 한마디 덧붙여 주도록 하자.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보. 맛있는 밥상을 차려줘서 정말 고맙고 잘 먹었어요. 설겆이는 내가 할게요"

따뜻한 커피 한 잔까지 대접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잊지말자. 부인들은 남들 한다고 아무 생각없이 바보처럼 따라서 "남편은 정말 남의 편"이라는 말도 쓰지 말고, 남편 또한 부인을 중전이라 생각하고 잘 대하자. 어느순간 남편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편이자 좋은 벗이 되어 있을 것이고, 내가 중전이라 부르는 부인은 어느 순간 정말 중전이 되어 나를 왕 대접 해줄 것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인연의 끈(실)을 따라 맺어진 우리 인연. 매 순간 소중하게 생각하고 서로를 귀하게 대하자. 매순간 사랑하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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