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기예보를 보지 않는 탓에 우산을 잘 챙기지 않는다. 초3 어느 여름날 소나기가 쏟아졌다. 핸드폰이 없어 컬렉트콜을 엄마에게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1학년인 동생이 나를 찾아와 울었다. 집에 가고 싶은데 비가 너무 많이 온다고. 나는 동생의 작은 손을 잡고 나의 옷을 벗어 동생의 머리에 씌웠다. 지금의 걸음으론 15분 되는 거리였지만 나와 동생의 작은 발걸음으로는 왜 이리 멀었는지, 한참을 걸었다. 거센 빗방울에 동생 손을 놓칠세라 더욱더 세게 쥐었다. 한 손은 동그랗게 오므려 동생의 작은 우산이 되어주었다. 나의 이런 노력에도 동생은 비에 흠뻑 젖었다. 그러다 아파트 단지 오솔길에 들어서자 커다란 우산을 들고 있는 엄마와 마주쳤다. 나는 엄마를 보자 그제서야 동생의 손을 놓고 엉엉 울었다. 잔뜩 몸에 배어 있던 긴장감이 풀렸다. 무서웠다. 동생을 무사히 데려와야 한다는 3학년짜리의 책임감이었다. 나의 우는 모습을 보던 동생도 덩달아 따라 울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소나기가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