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였지만 나는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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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 서울에 있어야 했기에 숙소를 예약했다. 서울에 도착한 날 운이 좋았다. 택시기사님도 친절했고, 신호 운도 좋았고 어려움 없이 잘 찾아왔다. 그런데 숙소에 큰 문제가 생겨서 숙소에서 나와야 했다. 쫓겨난 게 맞다. 숙소 문제에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 일정이 지체되어 숙소를 빠르게 나왔다. 숙소를 나오자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졌다. 곧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을 만큼 장대비가 쏟아졌다. 빨리 달려봤자 이미 다 젖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뛰어가다 우뚝 멈추어 섰다. 이내 우울감이 나를 집어삼켰다. 나는 장마였지만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내가 애초에 숙소를 제대로 예약했다면, 우산을 잘 챙겼다면, 아니 욕심부려서 서울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나의 우울은 끝도 없이 나를 몰아세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잘못으로 몰아세운다. 길잃은 아이처럼 되돌아갈 곳도 없었고 목적지가 어딘지도 몰랐다. 나는 한참을 빗속에서 우뚝 서 있었다. 어쩌면 비를 핑계로 울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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