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였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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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던 날씨였는데 비가 왔다. 세수할 때 창가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챙겼다. 참 구닥다리 방식이다. 비를 뚫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시간을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시키고 옆자리 학생에게 종이 한 장을 얻었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글을 썼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몇 번이고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 일정은 늘 바쁘고 쫓겨 다녔다. 오늘같이 여유를 부리는 건 처음이다. 어쩐지 내리는 비마저도 천천히 내리는 것 같다. 마음의 시간이 느리게 조급하지 않게 흘러간다. 생각이 말금이 정리되었다. 종이에 꾹꾹 눌러쓴 내 마음이 기분이 좋아졌다. 검열하지 않은 지금의 글이 좋다. 맞춤법도 어순도 엉망이고 저녁이 되면 첨삭되어 정리될 테지만 종이에 맘대로 써진 이 글이 말이다. 가야 할 시간이 되자 가방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나의 글이 젖을 걸 알면서도 그냥 가방에 넣고 걸었다. 괜찮다. 또 적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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