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대신에 소나기가 내렸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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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내리자 사람들이 지붕 아래에 모여있었다. 조용히 그 뒤로 서 있으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장마로 인한 비가 아닌, 잠시 내리는 소나기라고 했다. 우산을 살까 고민하다가 가만히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어디론가 가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신호가 몇 번이고 바뀌고 차들이 멈추어 섰다, 가길 반복했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 머물렀다. 비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에 고이지 않고 계속 흘렀다. 다른 움직임이 묘하게 어긋나는 것 같아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번 페어에는 샌들을 신고 왔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비가 덜 오는 장마였더라도 비는 왔다. 톡톡 내 앞에 떨어지는 빗물이 내 발가락을 적셨다. 꼼지락대며 발가락을 숨겨보았지만, 서서히 젖어 드는 빗물에 어쩔 수 없었다. 십여 분 정도 서 있다 보니 비가 금세 그쳤다. 드디어 신호등의 신호에 모두가 건너기 시작했다. 멈췄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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